실험실의 에탄올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

Alcohol may be man’s worst enemy, but the bible says love your enemy. — Frank Sinatra

술은 인간의 가장 큰 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경에 원수를 사랑하라고 나와있지 않나. — 프랭크 시나트라

에탄올과 메탄올의 분자구조 - 출처: peswiki.com

원래 “알코올”이라는 단어는 일상적인 의미로 “술”이라는 뜻을 가지기도 하지만 화학에서는 특정 구조를 가진 유기화합물을 지칭하는 명칭으로서의 뜻도 있다. 위의 그림은 에탄올과 메탄올의 분자모형의 사진이다. 두 분자를 살펴보면 둘 다 빨간색 구슬과 노란색 구슬이 끄트머리에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산소와 수소가 모인 -OH 라는 부분이 탄소 (-CH2-) 옆에 붙어있는 유기화합물들을 통틀어 “알코올”이라고 부른다. 메탄올(methanol)은 탄소가 하나, 에탄올(ethanol)은 탄소가 두 개 있는 알코올이고, 탄소가 세 개가 되면 프로판올(propanol), 네 개가 되면 부탄올(butanol)이 된다. methan-, ethan-, propan-, butan-이 “어간”이고 -ol이 “어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중에서 에탄올이 우리가 자주 마시는 술의 핵심 성분이고, 메탄올은 알코올램프에 많이 사용된다. 이 두 가지의 알코올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aldehyde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의 분자모형

우리가 음식을 먹고 소화를 한다는 것은 음식 속의 화합물들을 분자 수준에서 분해해 나가면서 우리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래 섭취했던 물질이 아닌 새로운 물질이 부산물로 생기게 된다. 에탄올은 분해되는 과정에서 바로 위 그림의 오른쪽 구조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된다. 반면에 메탄올은 분해 과정에서 왼쪽의 포름알데히드가 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우리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다음 날 숙취를 느끼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숙취도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숙취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포름알데히드는 어떨까. 우선 이름이 조금 낯설기 때문에 감이 잘 안 올 수 있다. 하지만 “포르말린” 이라는 이름은 그래도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포르말린이 바로 포름알데히드를 약 35% 정도로 물에 녹인 용액을 일컫는 이름이다.

박제된 동물들 - 출처: huskystaxidermy.com

아직 감이 안 온다면 포르말린의 실제 사용 용도를 살펴보자. 포르말린은 그 독성이 하도 강해서 소독제나 방부제로 사용된다. 음식에 포르말린을 발라놓으면 곰팡이도 그 음식은 더러워서 안 먹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음식은 사람도 못 먹는다. 이렇게 방부제로서의 효과가 탁월하여, 위 사진과 같이 동물을 박제할 때 쓰인다. 그런데 메탄올을 마시면 뱃 속에서 바로 그 포르말린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장을 박제하고 싶지 않으면 마시지 않는 편이 좋을 듯 하다. 흥미롭게도, 메탄올을 마셨을 때 응급처치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에탄올을 마시는 것이다. 포름알데히드는 메탄올이 몸 속의 효소를 통해서 포름알데히드로 변환 될 때 생긴다. 우리 몸의 효소는 그 수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에탄올을 왕창 마시면 효소들이 에탄올을 분해하는데 분산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메탄올과 에탄올을 함께 마셔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래. 나도 실험실에서 알코올램프를 마실 생각은 안 했었어. 그런데 왜 실험실의 에탄올까지 마시면 안 된다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실 실험실의 순도 99%의 에탄올 병의 뚜껑을 열면 소주 냄새가 확 올라온다. 바카디 저리가라다. 이 에탄올도 마시면 안 되는 이유에는 술에 대한 정치/사회적인 애증이 관련되어 있다. 술과 담배는 세금을 붙이기에 가장 적당한 항목이다. ‘건강을 위해서 가격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번듯한 명목도 있고, 유통 경로도 명확해서 세금 거두기도 쉽게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실험실에 순정 에탄올이 있어서, 누군가가 그 에탄올을 꺼내다가 물에 섞어 값싸게 팔아 버린다면? 주류의 유통 경로가 교란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학 실험에 사용되는 에탄올에도 술에 매기는 것과 같은 높은 수준의 세금을 매기기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세금이 붙지 않는 에탄올에는 의무적으로 독성 물질을 섞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통 같은 알코올이면서 독성이 탁월한 메탄올을 섞게 된다.

일반 술에도 극소량의 메탄올은 자연적으로 발생되어 들어가지만, 인위적으로 실험실 에탄올에 섞어놓은 양에 비할 바는 아니다. 화학 실험에서 에탄올은 주요 실험 물질로 사용되기 보다는 다른 물질을 녹이는 용매 등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메탄올이 조금 섞여 있어도 실험에는 별 지장이 없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 뱃 속이 박제 되어도 괜찮아’ 라고 생각하는 분을 위해서, 메탄올을 마셨을 때 증상을 몇 가지 요약해 보겠다. 메탄올은 주로 혈액 많은 뇌, 안구와 같은 신체 기관을 먼저 손상시킨다. 소량 마시면 우선 눈이 먼다. 그것보다 조금 더 마시면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실험실에 있다보면 재미삼아서 이런저런 짓을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에 나도 친구와 비커에 핫플레이트로 라면을 끓여먹어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어렸을 때의 호기 같은게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재미삼아서라도 절대로 실험실 에탄올은 마시면 안 된다.

4 thoughts on “실험실의 에탄올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

  1. 아니, 에탄올에 메탄올을 의무적으로 섞는다니, 놀라운 정보 감사합니다.

    그렇담 정밀 실험은 어떻게 하나요? 엄밀히 따지면 둘은 질량도 다르고 성질도 다를텐데요.

  2. 음 저도 잘은 모르지만, 보통 화학실험에서 에탄올은 용매로만 많이 쓰였던 것 같아요. 에탄올 자체가 반응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메탄올 때문에 불순물이 생기긴 하겠네요.

    만약 실험실에서 완전히 순수한 에탄올이 필요한 것이라면 지금의 저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1) 세금이 붙은 비싼 에탄올을 구입하는 경로가 있다 2) 메탄올과 섞인 에탄올을 분별 증류로 걸러낸다. 음 이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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