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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부도 대신 구글맵스를 보며 자란 아이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게임을 참 좋아했다. 그 중에 하나가 “대항해시대 2”.

이 게임을 하려면 우선 세계 각지에 항구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어야 하는데, 그 때 사회과부도가 정말 유용했다. 인터넷 같은 건 모뎀으로 삑삑 거리면서 하던 시절이었으니 세계 지도를 구경하기 좋게 되어있는 유일한 자료가 사회과부도였달까. (사회과 부도? 사회 과부도?)

대항해시대 이 게임은 도스 게임인 주제에 세계 곳곳의 정보가 꽤나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모든 주인공 인물은 지중해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미션을 하다보면 저 멀리 극동아시아의 한중일까지도 가볼 수가 있다. 처음에 이 게임을 할 때는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을 거쳐서 극동아시아까지 가는 것이 정말 멀게 느껴졌었다. 그러면서 ‘아아 지구는 넓구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도 가끔 할 때가 있다. 지금 해보면 정말 금방 깬다. 그 멀어 보이던 지중해와 극동아시아 사이의 거리는 이제 어렸을 때처럼 멀어보이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사회과부도를 보고 자란 아이이다. 지금 당시 내 나이의 아이들은 구글지도를 보면서 자라고 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상상도 못한 그런 편한 지도를 비롯한 정보 도구들을 원래 있었던 것 처럼 받아들이면서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보는 세상과 앞으로 만들어갈 세상은 얼마나 다를까. 나의 눈에 ‘새로웠던 것’을 ‘당연한 것’으로 디디고,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그 거인을 얼마나 더 멋지게 성장시켜줄까.

내 나이가 60을 넘어서면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거다. 죽을 때 더 못 보고 죽는 것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문득 들었다.

마무리로 대항해시대2의 엔딩곡 Close to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