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자취하려니까 먹고 사는게 일이다.
예전에 장을 보러갔다가 깐마늘을 한 자루 샀던 적이 있다. 자루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올 것 같은데, 어림잡아 수 백 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이걸 냉장고 한동안 쟁여놨다. 한 달, 두 달 정도. 그러다가 최근에야 이제 먹기 시작했는데, 마늘이 요리를 할 때 보면 볼수록 만능이다. 처음에는 고기를 구울 때 좀 썰어서 넣었는데 적당히 잘 어우러지는 걸 느꼈다.
그 뒤로 프라이팬을 사용해서 요리를 할 때는 거의 항상 마늘을 왕창 썰어서 같이 볶는다. 오늘은 소시지를 구워 먹었는데, 이 소시지가 손가락만한 줄줄이 비엔나 같은 귀여운 것이 아니라 과장 좀 보태서 여자 손목만한거라 구우면 기름이 줄줄 흐른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뺴는 구멍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휴지로 대강 닦으면서 구워 먹는데, 오늘 딱 마늘을 넣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원래 너무 느끼하던 소시지의 맛이 상당히 중화되었다.
이제 굽는 요리에 마늘은 거의 항상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다른 요리에 또 어울릴 수 있을지 좀 생각해 봐야겠다. 3분 카레에 넣어서 먹어 본다든지, 밥 할 때 통마늘을 좀 넣어본다든지 하는 실험을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너무 유용한 요리 재료를 재발견한 것 같아서 나름 감동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