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의 사망신고

신문에 보면 부고(訃告)란이 있다. 세상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알리는 곳으로 알고 있다.

오늘 아침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으면 블로그, 미니홈피 같이 인터넷에 남은 내 아이덴티티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가족, 친척을 포함해서 가까운 친구들이야 그 사실을 알게 되겠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제 블로그/미니홈피 운영 안 하나?’ 또는 ‘이 메일 주소 이제 안 쓰는건가?’ 라고 잠시 생각하고 떠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아는 인터넷이 나온지 약 20년 정도 되었다. 주로 인터넷, 특히 블로그를 사용하는 인구는 10~30대 정도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다. 이 정도의 시간이 앞으로 다시 한 번 흐르면 이 세대의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기 시작할 것이고, 현실 정체성의 죽음과 가상세계에서의 정체성 사이를 연결하는 모종의 풍속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미에서 되돌아 보면 왜 ‘결국 돌아갈 곳은 가족 밖에 없다’라고 하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나는 결국 그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인생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것이기 때문 아닐까.

8 thoughts on “블로그에서의 사망신고”

  1. 아.. 그러네요. 이 분도 돌아가셨지요.
    거참 인터넷 공간이라는게 보면 볼수록 느낌이 신기해요.
    미니홈피를 보니 꼭 살아계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사람은 꼭 손에 만져지는 것만으로 추억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한 500년 뒤에 (그 때도 인터넷이 있다면) 사람들은 자기 조상들의 블로그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지금 우리가 족보로만 추억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2. 난 나름 역사 전공 -_- 이어서 그런지 나중에는 편지나 일기장 대신 싸이월드 다이어리 같은 게 사료가 되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는데.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선 편하면서도 재미가 없겠지(손에 만져지는 게 없으니). 죽고 나서 싸이월드 비공개 다이어리 공개되는 게 최대 악몽 ㅋㅋㅋ

  3. 그러게요. 나중에는 사료가 너무 많아져서 어떤 사료가 귀하고 어떤 사료가 덜 귀한지를 판단하는 것도 큰 일이 아닐까 싶어요. ㅎㅎ

    그나저나 남자들에게는 비공개 다이어리보다는 역시 incoming 폴더 공개가 가장 큰 악몽이겠지요. ㅎㅎ

  4. 음…알아들었다는 게 왠지 나의 순수함을 잃은 거 같아 슬프다 -_-
    뭐 남동생 둔 누나들은 얼떨결에 발견하는 경우가….(쿨럭)

  5. 좀 더 획기적인 폴더명이 없을려나요 ㅎㅎㅎ
    incoming, temp, system 이런건 너무 뻔한 폴더이름인것 같아서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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