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휴가

아주 오래전부터 친구가 하나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항상 친구였다

그 친구가 군대를 갔다
어제 100일 휴가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냈다
정말 많은 얘기를 들었다.
말 그대로 군기최강100일휴가 나온 군인이었고
전설로만 들려오던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도 들었다
어깨도 넓어지고
가슴에 살도 좀 붙은 것 같았다

그래도
그냥 친구는 그대로였다

얘기를 들으면서
둘이서 많이 웃었지만
가슴 한구석으로 싸하게 밀려오는 감정

그 순간 갑자기 눈 앞에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해맑게 웃으며 자전거를 타는 두 아이가 보였다
나와 그 친구였지만
지금의 나와 그 친구는 아니었다
그냥 그 시간의 액자에 그대로
갇혀버린 두 아이였다

정말
시간은 빠르면서도 느린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은
한없이 가깝게만 느껴지고
지나가고 있는 시간은
너무도 길게 느껴진다

너무나 많은 가슴찡한 얘기를 들었지만
머리가 하얗다
그냥 아직 가슴만 찡하다

지금쯤 그 녀석
내무반에서 또 따까리하다가
잠 못 이루고 있을거다.
100일 휴가 나왔다가 복귀하는 것은
입대할 때 보다 발이 더 안나간다고 한다..
갑자기 그 녀석
논산 정문 앞에서 부동자세로 서있을
그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진다

가슴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