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인생은 마라톤이다.
그렇다면.
당신(나도 포함)은 마라토너인가 스프린터인가?
마라토너라면 달리면서 발견하는 들꽃의 아름다움에 잠시 쉴 줄도 알아야 한다.
마라토너라면 달리는 중간에 웬 듣도보도 못한 놈이 와서 태클 거는 것도 그러려니 하고 다시 달려야 한다.
마라토너라면, 심지어, 골에 다달았다고 생각했을 때 골이 내가 뛰는 속도로 뒤로 물러나는 것도 그러려니 하고 계속 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스프린터다.
100미터라는 정해진 목표만을 향해서 달리는.
갑자기 나타나 발 거는 놈은 심판이 막아줘야 된다고 믿는.
골은 당연히 정해져 있어야 된다고 믿는.
내가 발견한 가장 reliable한 골(goal)은 죽음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인생이 슬픈건 아니다.
비록 아직 골에 도착하진 못했지만,
달리면서 만났던 수많은 인연이 나에게 때론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었기에.
비록 아직 골에 도착하진 못했지만,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해줬던 사람들의 향기를 기억하기에.
나는 달리는 것이 즐거웠다.
나는 달리는 것이 즐겁다.
달리는 것은 앞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죽음이라는 목표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달리는 과정이 즐겁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를 감히 인생의 마라토너라 칭하지 마라.
그대(나 포함-_-)는 그저 100미터를 달리는 스프린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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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방금 민지와 채팅하다가 인생을 마라톤에 얼핏 비유했다. 흔히들 인생은 마라톤에 많이 비유하길래.
p.s. 2. 이상, 5년 전에 5킬로 한 번 뛰어보고 다시는 마라톤 같은건 안 하겠다고 생각한 1人의 시를 한 편 읽으셨습니다. -_-;
갓파더 땡큐염~:) ‘골이 내가 뛰는 속도로 물러나는 것도’ ㅋㅋ공감- 근데 차라리 그게 좋은거 아닌가여? 골에 다 달았다고 생각하는 순간…………….大자로 뻗어버릴테니…ㅎㅎ 여튼 사람이 근시안적이라, 마라톤의 몇 번째 구간을 뛰면서 그게 전부라 생각하는게 있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5키로는 완수하신거임?
응 죽네 사네 하면서 뛰었음 ㅎㅎ
군대니까 어쩔 수 없잖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