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tar

나는 요즘 힘들다
그냥 사는거 자체가 힘들다는 말이다
물론 official한 인생을 살아갈 때는 별로 내색하지 않는다
나의 주변사람들과 사회에 기억되어 있는 나로도 살아야만 하니까

요즘 방에 혼자 앉아 있으면
머리에 물이 차고 가슴에 쥐가 남을 느낀다

음악을 들을 때도 있다
때로는 자장가가 되어서 다행히 나를 잠들 수 있게 해주지만
어떤 노래는 한 번 듣는 순간 그 날 밤잠은 다 자게 해주는 것도 있다

그럴 때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기타를 꺼내서 친다
이제 10년도 더 된 기타다
초등학교 4학년 즈음에 관리도 못하는 어리숙한 주인을 만나서
지금까지 별 고생을 다 한 기타다

기타를 치면 마치 친구와 대화하는 듯 하다
아니 친구라기 보다는
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오는 이발사(?)가 되고
기타가 대나무 숲이 된다

똑같은 곡을 쳐도 그 날의 나에 따라서 매일 다른 울림이
메아리가 되어서 돌아온다

오늘의 기타소리는 글루미하다
하긴 요즘 기타소리는 보통 글루미하다
더할나위없이 날씨도 좋고
내가 정말 싫어하는 더위도 갔는데
글루미하다

음악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지금 기타를 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