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밤은 비가 오면 좋겠다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꽤 오래 전부터라는 느낌이다

사실 비오면 많이 불편하다
바지 끝자락 다 젖고
젖은 우산 들고 다녀야 하고

불편한 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만
비가 오면

그리움이란 감정에
마음껏 빠져들 수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

그래서 비오는 날이 좋겠지

– 박혜경, 비 오는 날 I (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