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

요즘 계속 진행중인 논문을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 중이다. 연구하고 논문 쓰는걸 직업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지 4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은 괴롭다. 조금 나아졌나 싶다가도 얼마가 지나서 보면 또 별로 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그 와중에 잘 쓴 글들을 읽고 나면 또 마음 속으로 좌절한다. 이제 이 좌절감에 익숙해질 정도다.


3년 전에 학회에서 처음 만난 교수님 한 분이 있는데, 그때도 엄청 잘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뒤로 아주 승승장구를 하시는 것 같았다. 작년에 학회에서 발표하시는걸 또 보는데, 내가 생각하던 주제를 엄청 잘 연구해서 발표하시는 것이었다. 어떤 분야의 최전선에 거의 다 왔다 싶었는데, 아직도 한 1-2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걸 느끼니까 기분이 참 답답하달까 참담하달까 그랬다.


오늘도 새로 나온 논문을 하나 봤는데, 내가 요새 열심히 쓰고 있던 논문과 연구 주제가 상당히 일치하는 논문이었다. 이럴 때는 정말 내가 학계에 계속 있을만한 자질이 있는 사람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좌절감이 든다. 내가 너무 느린건 아닌지, 내가 너무 게으른건 아닌지 계속 돌이켜 보게 된다. 다만 돌아보더라도 내가 더 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지점들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여기까지였던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 오늘도 또 글 한줄 두줄 한문단 두문단 더 적어보려고 노력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