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훈이 형의 조언을 들으며, 지금의 나는 서른 살의 몸에 들어 있는 열 살짜리 어린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너무 꼴리는 대로만 (또는 되는 대로만) 살아왔다는 얘기다. 이제 내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두 가지를 해야 한다.
- 하기 싫은 것을 하고,
-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는다.
아침에 잠을 더 자고 싶을 때 더 자지 않고, 밤에 인터넷 하느라 더 늦게 자고 싶을 때는 자야 한다. 더 먹고 싶을 때는 그만 먹고, 아침이 먹기 귀찮을 때는 아침을 먹어야 한다. 술을 더 마시고 싶을 때는 그만 마셔야 하고, 마시기 싫을 때도 마실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읽고 쓰기 귀찮을 때는 글을 읽고 써야 하고, 웹툰이 보고 싶고 게임이 하고 싶을 때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욕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을 때는 말을 삼켜야 하며, 말하는 것이 두렵고 싫을 때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와 설거지를 하기 귀찮을 때 청소와 설거지를 해야 하며, 집에서 그냥 드러눕고 싶을 때 앉아 있어야 한다. 싸우고 싶을 때 참아야 하고, 숨고 싶을 때 일어서야 한다. 슬리퍼 찍찍 끌고 잠옷 차림으로 학교에 가고 싶을 때 잘 차려입고 나가야 하고, 소비와 치장이 너무 많을 때 줄여야 한다. 운동하기 귀찮을 때 체육관에 나가야 하고, 테니스 한 게임만 더 치고 싶을 때 짐을 싸야 한다. 사랑이 집착으로 바뀔 때 한발 물러서고, 권태가 올 때는 나를 다시 가꿔야 한다. 자기 자신만의 세계와 그 외의 외부 세상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어느 한 쪽에 너무 깊이 몰입하면 안 된다. 이는 그가 얼마나 똑똑한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는지, 얼마나 사회적 성공을 거두었는지, 얼마나 직업적 성취를 이루었는지와 무관하다. 하나의 오롯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욕망과 제약 사이의 중간에서 고요하게 그러나 팽팽하게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이걸 나이 서른에 알았다. 이제 나도 어른이 되자.
나는 차카게 살래여
형은 우선 씁씁이 너무 강해서 ㅇㅇ
좋은데?
이거 쓴지 딱 1년 됐구나. 변화가 별로 없네 -_-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