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실험기기 사용법 #1 – 피펫 (Pip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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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금 피펫과 부피 피펫 – 출처: uwplatt.edu피펫은 용액을 일정량 옮길 때 사용하는 도구로 실험실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것 중 하나다. 보통 스포이드라고 알고 있는 끝에 고무 달린 유리관도 간단한 피펫의 종류다. 스포이드는 보통 눈금이 따로 그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용액을 옮기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정밀한 실험을 위해서 사용되는 도구로는 마이크로 피펫이라는 것도 있다. 마이크로 피펫은 한 눈금의 단위가 수~수십 마이크로리터 정도 된다. 즉, 1ml의 천 분의 일 단위만큼을 옮길 수 있는 도구이다. 하지만, 보통 일반적인 화학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피펫의 정확도는 0.1ml 정도 된다. 피펫 유리관에 눈금 촘촘히 그려진 피펫과 눈금 한 두개만 그려져 있는 피펫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눈금 피펫은 옮기고 싶은 정도의 양만 임의로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조금 떨어진다. 위에서 오른쪽 사진은 25ml만 옮기도록 만들어진 피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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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펫 벌브의 예 – 출처: kaylabs.com

당연히 유리관만 있으면 용액을 빨아 올릴 수가 없다. 물론 입으로 빨아 올려서 손으로 위쪽을 막은 후에 용액을 옮길 수도 있지만, 정말 죽고 싶지 않다면 그런 행동은 삼가야 한다. 세게 빨아 올려서 용액을 삼킬 수 있는 위험 뿐만 아니라, 용액이 독성 기체를 내뿜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액을 빨아올리는 용도로 스포이드처럼 고무를 끝에 달아서 사용하게 된다. 스포이드처럼 그냥 둥그런 고무 하나만 달아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보통 위에서 보는 모양의 약간 기괴하게 생긴 피펫 벌브 (pipette bulb)를 사용하게 된다. 이 피펫 벌브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이 화학 실험의 속도와 정확성을 올리는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 A, B, C 부분에 조그만 유리알이 박혀 있다. 이 부분을 누를 때 마다 해당 부분의 공기 통로가 열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피펫은 A쪽이 아닌 B의 아래에 있는 끝부분에 연결된다. 이 때 너무 깊게 끼우면 B 부분에 있는 유리 구슬이 밀려 올라가서 벌브가 영구적으로 고장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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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피펫 벌브 – 출처: indigo.com

A는 피펫 벌브가 액체를 최대 얼마나 빨아들일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밸브다. A 통로를 눌러준 상태에서 둥그런 공 같은 부분을 눌러주면 공이 위의 사진과 같이 찌그러지면서 A 통로를 통해서 속에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게 된다. 공기를 충분히 뺴낸 상태에서 A를 잡아주던 손을 떼면 벌브는 공기가 빠진 상태 그대로 있게 된다. 벌브와 연결된 A와 B 통로가 모두 막혀있기 때문이다. 마치 스포이드의 고무 부분을 눌러준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스포이드의 가장 큰 문제는 빨아올릴 용액의 양을 결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손으로 고무를 눌렀던만큼 용액이 빨려올라오게 된다. 그러므로 고무를 누른 부피가 유리관의 부피보다 더 크다면 빨려올라온 용액이 유리관을 넘어서 고무 속 까지 들어차게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위와 같이 공기 통로가 나눠져 있는 경우에는 얼마나 빨아올릴지를 눈대중으로 대강 결정할 수 있다.

용액을 빨아올릴 힘을 확보했으니까 이제는 실제로 용액을 빨아올려야 한다. 이 때 사용되는 공기통로가 B다. 앞서 말했다시피 B의 밑에는 피펫 유리관이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 이 유리관의 끝을 빨아올리고 싶은 용액에 담그고 B를 살며시 눌러준다. 그러면 찌그러졌던 고무공이 펴지면서 A로는 공기가 못 들어오니 B를 통해서 공기를 들여마시게 된다. 하지만, 피펫 유리관의 끝이 용액에 담궈져 있으므로 용액이 대신 빨려 올라오는 것이다. 이 때도 무작정 고무공이 다 펴질 때까지 빨아올리다가 용액이 고무 속으로 들어오면 낭패다. 고무 벌브 자체는 원래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씻지 않기 때문이다. 속에 한 번 액체가 들어가면 잘 빠져나오거나 마르지도 않을 뿐더러 빨려올라간 액체가 고무와 반응하는 액체면 유독가스까지 발생시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제 용액을 빨아 올렸으니 원하는 그릇에 옮겨서 내려놔야 한다. 빨아 올릴 때 B를 눌렀으니 내릴 때도 B일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하고 B를 누르면 유리관 안의 용액이 그대로 빨려 올라가서 고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 다뤄볼 때 종종하는 실수다. 나도 처음에 이것으로 벌브 몇 개 말아먹었다. 용액을 내릴 때는 C를 누르면 된다. C의 왼쪽에 있는 고무관은 구멍이 뚫려 있어서 바깥 공기와 통하는 지점이다. B와 C가 막혀있을 때는 유리관의 윗부분을 손으로 막은 상태와 같으므로 관 속의 액체가 빠지지 않지만, C 통로를 열어주는 순간 용액은 흘러내리게 된다. 이 때, 유리 표면에 붙어서 액체가 모두 흘러내리지 않거나 유리관 끝이 뾰족해서 액체가 조금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먼저 A를 눌러서 고무공을 확실히 부풀린 다음에, B를 누른 상태에서 고무공을 쥐어짜주면 유리관 속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속의 액체를 밀어낼 수 있다. 조금 부드러운 방법으로 유리관을 두 손으로 감싸쥐면 온도 상승으로 유리관 내부의 공기가 팽창해서 끝에 남은 액체를 밀어낼 수도 있다. 고무 벌브를 빼고 입으로 불어내는 것은 침이 튈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19 thoughts on “화학실험기기 사용법 #1 – 피펫 (Pipette)”

  1. 저….근데 실제로 연구실서 실험할때 아직 저런 피펫쓰나요? 다 전기로 작동하는거 쓰지 않나요? 설마 저희학교만 그럴 것 같지는 않고..

  2. 하긴 저도 피펫 잡아본 것은 꽤 옛날이라서 요즘 대학교 실험시간에는 어떤 식으로 쓰는지 모르겠네요. 고무벌브가 나름 멋있긴 했는데 말이죠. ㅎㅎ 아마 고등학교 실험 때는 아직 고무벌브를 쓰지 않을까 싶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

  3. 저는 충북대학교 학생인데요 저희학교에서는 아직 쓰고 있습니다. ㅋㅋ 잘봤습니다. 덕분에 결과보고서 쓰기 수월하고 더 잘게 되었습니다. ㅋ

  4. 연세대학교 학생인데 저희도 아직 쓰고 있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5. 원광대도 쓰고 있어요 ^^
    좋은자료 참고해 갈게요 ㅎㅎㅎㅎ

  6. 울산대 역시 고무피펫필러를 쓰고있습니다

    덕분에 화학실험 문제 하나 건졌네요 감사합니다!

  7. 복학생이라 피펫 쓰는법 다 까먹어서 혹시나 하고 찾아봤는데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까지^^ 감사합니다ㅎㅎ

  8. 간만에 실험하다 피펫 쓰는법도 까먹어서 찾아왔습니다.
    자세한 설명 잘 보고 가요~ㅎㅎ 감사합니다~

  9. 단국대 일반화학 조교입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알기에는 피펫끝의 남은 것을 짜낼때는 C를 누르면서 C옆의 구멍을 손으로 눌러주면 되는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10. 예. C를 누른 상태에서 C 옆의 구멍을 손으로 눌러주는게 원래 빼는 방법인 것 같네요. 그런데 손가락이 좀 모자라서 -_- 자세가 제대로 안 나오길래 저는 글에 썼던 방법을 좀 더 자주 썼던 것 같아요.

  11. 감사합니다
    1학년땐 이게있어도 그냥 대충대충 어떻게하는거지? 이렇게만했던 기억이 있네요ㅋㅋㅋ
    이번부터는 잘사용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당^^

  12. 숭실대학교 공대 및 자연과학대도 학부실험에서는 이 제품 사용중입니다~^^
    저는 조교를 하고 있는 사람이구요.
    이번에 사용법을 과제로 내줘서 저희 학부생들이 이 웹페이지를 많이 참고했을 것 같네요, 양질의 자료 공유 감사드려요!!

  13. 감사합니다.
    학교에서 듣고 숙지 못했는데
    완전히 이해 됐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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