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defeated is often a temporary condition. Giving up is what makes it permanent. — Marilyn vos Savant
패배란 보통 일시적인 것이다. 그걸 영원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포기하는 것이다. — 마릴린 포스 사반트
분자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물질의 기본 단위다. 원자가 더 작은 단위가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분자가 구성 원자들로 쪼개지는 순간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물질의 성질은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화학에서는 물질의 성질을 유지하는 기본 단위를 분자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개개의 분자들 사이에도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특정 온도에서 그 힘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고체, 액체, 기체의 상태가 결정되게 된다. 분자들은 내부에 (+)와 (-)를 띄는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극성분자와 무극성분자로 나뉜다. 극성분자 사이에는 극성결합력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무극성분자 사이에는 분산력(반데르발스 힘)이 지배적으로 작용한다. 오늘은 극성결합과 무극성결합이 어떻게 작용하며, 그 중에 수소결합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부적으로 알아보자.
물리 시간에 (+)와 (-) 사이에는 서로 잡아 당기는 힘이 있다고 배운다. 극성 분자라는 것은 분자 내부에 (+)와 (-)를 띄는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분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세톤(CH3COCH3) 분자를 생각해 보면 분자의 중심에 탄소(C)와 산소(O)의 이중결합이 있다. 원소마다 전자를 좋아하는 정도가 다른데, 보통 주기율표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전자를 좋아해서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 왼쪽으로 갈수록 전자따위는 가볍게 버리는 원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산소가 탄소에 비해서 전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산소와 탄소 사이의 전자를 자기 쪽으로 많이 끌어 당기게 된다. 그래서 아세톤은 산소 쪽이 약하게 음전하(-)를 띄게 되고, 산소와 결합한 탄소 쪽이 살짝 양전하(+)를 띄게 된다. 그래서 아세톤 분자들이 모여 있으면 각 분자의 (+)와 (-) 부분들이 서로 잡아 당기게 되는데 이것이 분자 간에 작용하는 극성결합력이다.
무극성 분자는 분자 전체에 전자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겉에서 봤을 때 극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분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메탄(CH4)의 경우에는 대표적인 무극성 분자다. 이런 무극성 분자들 사이에는 어떤 식으로 인력이 작용할까? 그 인력이 반데르발스 결합력(van der Waals Force)이라고 불리는 힘이다. (우리말로는 “분산력”이라고 번역되는데 조금 오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자는 가운데 아주 작은 원자핵과 그 주위를 둘러싼 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원자가 서로 모여서 만들어진 분자도 속에 원자핵들이 있고 겉에는 전자들이 구름처럼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분자들이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분자끼리 충돌도 하면서 속도가 이리저리 바뀌게 된다. 전자 구름이 원자핵에 딱 붙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자가 튕기는 순간에 원자핵과 전자 구름 사이의 균형이 살짝 흐트러지면서 미세하게 (+)와 (-)를 띄게 된다. 이 때 작용하는 힘을 분산력이라 부르는 것이다.
분산력을 설명하는 예로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 하나 있다. 한 어린 아이가 헬륨 풍선을 머리에 달고 서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어린이는 (+) 전하를 띄고 있고, 풍선은 (-) 전하를 띄고 있다. 여러분은 이 어린이를 머리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가 가만히 서 있다면 아무 극성도 띄지 않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가 달리기 시작한다면 풍선은 달리는 뒤로 쳐지게 된다. 그러면서 (+)와 (-)로 순간적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이런 어린이가 수 천만 명이 모여서 이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어린이들이 가만히 서 있다면 어린이들 사이에는 아무 힘도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미친듯이 달린다면 어린이들이 (+)와 (-)로 순간적으로 갈리면서 서로 간에 인력이 작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무극성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도 극성 분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과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다만 무극성 분자는 극성을 순간적, 일시적으로만 가질 뿐이다.
극성 분자는 영구적인 (+)와 (-)가 있는 반면에 무극성 분자는 일시적인 양극화만 있을 뿐이므로, 보통 극성결합력이 무극성결합력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비슷한 수의 전자를 가지고 있는 분자들을 비교하면 극성결합을 갖는 쪽이 어는 점, 끓는 점이 훨씬 높다. 분자 간의 힘이 더 크기 때문에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만들 때 훨씬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물(H2O) 분자 하나에는 전자가 18개, 메탄(CH4)에는 16개가 있다. 하지만 메탄은 상온에서 기체인데 비해, 물은 상온에서 액체다. 메탄을 액체로 만들려면 영하 160도 이하로 내려야 한다. 한편, 무극성 분자도 크기가 커지면 (한 분자의 전자의 개수가 많아지면) 충분히 강한 분자간 결합력을 가지게 된다. 요오드(I2)의 경우 한 분자 당 전자가 106개가 있다. 같은 무극성 분자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전자들은 메탄의 전자에 비해서 훨씬 심하게 출렁거리게 된다. 순간적으로 생기는 극성의 세기가 더 세지고, 극성이 존재하는 시간은 더 길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요오드는 상온에서 고체다.
‘화학에서는 물질의 성질을 유지하는 기본 단위를 분자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저도 초등학교 5학년때 이렇게 배운 기억이 납니다..그런데 대학와서 보니 이제 좀 문제가 있는 정의이더군요. 분자 ‘몇개’만 모아놓은 cluster와 분자가 왕창 모여있는 bulk의 성질은 매우 다르죠..그니까 물질의 성질이 분자하나를 보고 결정나지 않고, context dependent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고분자화학시간에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해주시더군요: ‘ 분자는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원자들을 묶어서 부르는거다.’..이래놓고 나니 왜 NaCl이 분자식이 아닌지, 원자간의 힘과 분자간의 힘을 구별해 부르는지 등등이 아주 명확해지더군요.
(이 시리즈물에 댓글을 처음으로 달아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이 중복되게 붙었길래 하나는 지웠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것이 훨씬 정확한 표현일 듯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분자들이 엄청난 수로 모인 것이니까 물성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분자 단위에서 설명되기는 힘든 집합적 속성 (collective behavior)이라고 봐야겠죠. 그래도 화학이라는 학문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단위가 분자니까 화학에서는 분자의 구조 등을 중심으로 물성을 설명하는 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궁금해었는데 심히 ㄳㄳㄳ
우와 궁금하던 거였는데 !! 감사합니닿ㅎ
Good post , I’m going to spend more time reading about this topic
진짜 저도 궁금했었는데ㅠㅠㅠㅠ고맙습니다
wow! 우연히 화학 정보를 검색하다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유용한 정보들이 많군요! 덕분에 화학적 원리를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