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조금 자극적으로 포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얼마 전에 수업 시간에 들었던 진짜 실화다. 먼저 아래 기사를 보자.
How the US forgot how to make Trident missiles
PLANS TO refurbish Trident nuclear weapons had to be put on hold because US scientists forgot how to manufacture a component of the warhead, a US congressional investigation has revealed.
The US 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 (NNSA) “lost knowledge” of how to make a mysterious but very hazardous material codenamed Fogbank. As a result, the warhead refurbishment programme was put back by at least a year, and racked up an extra $69 million.
핵탄두가 달린 다중 목표물 추적 미사일을 갱신하려는 계획이 보류 상태에 놓였다. 그 이유는 미국 과학자들이 탄두의 한 부분을 제조하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미 의회 청문회에서 밝혀졌다.
NNSA는 Fogbank라는 작전명의 불가사의하고 유독한 물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잃은 것이다. 그 결과로 탄두 갱신 프로그램은 최소한 1년이 연기되었고, 추가 비용은 약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게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지 -_-; Trident missile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 기회에 알게 됐다. 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 같은 거란다. 핵탄두도 달려있고. 영화 유령에서 나오는 그런 미사일인 듯 하다. (더 궁금하신 분은 위키피디아 링크 참조)
그래. 뭐 살다보면 까먹을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내가 이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났던 것은 조직 차원에서의 암묵지이다.
조직 차원의 암묵지 관리
지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고 하는데, 하나는 명시지(?)(Explicit knowledge) 이고 다른 하나는 암묵지 (Tacit knowledge)이다.
명시지 (이거 정확한 한글 명칭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_- 하긴 영어로도 별 임팩트 없는 용어 인듯) 는 문자 그대로 말이나 글로 지식의 전부를 표현해서 타인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지식일 것이고, 암묵지는 그렇게 못하는 지식을 말한다. 전자의 예로는 “호빵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방법” 같은 지식이 될 것이고, 후자의 예로는 “자전거 타는 방법” 등의 지식이 꼽힐 것이다.
조직이란 개인이 모인 집단이다. 이 모임에서 각 개인의 명시적 지식을 모아서 추스려 놓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다. 예를 들어 “우체국에서 우편번호에 따라 우편물을 분류하는 방법” 같은 것은 명시적인 지식에 속할 것이고, 조직에 새로 들어온 신입에게 전파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을 듯. 하지만, 이것이 각 구성원의 암묵지로 옮겨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동차 회사 영업 부서에서 세일즈 왕의 비법을 샤샤샥 추스려 내서 다른 바닥을 기는 가이들에게도 알려주어 모든 이가 세일즈 왕이 될 수 있다면 조만간 전 지구가 그 회사의 자동차로 들어찰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뭔가를 잘 하는 사람도 자기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지식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김연아 선수한테 10,000시간 피겨 스케이팅 강의를 듣는다면 과연 나도 김연아 선수처럼 잘 탈 수 있을까. 당연히 나의 신체적 한계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말과 글만으로 암묵지를 모두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둘째는 자기 지식을 나누지 않으려는 동기적 (motivational) 차원의 장벽이다. 암묵지는 전파가 쉽지 않아서 한 개인의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되기 쉽다. 세일즈 왕이 뭐하러 자기 노하우를 공유하겠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스킴을 잘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세일즈 부서 전체의 실적에 비례하는 보너스를 지급한다면, 세일즈에 능한 사람이 자기 노하우를 공유하려는 의지가 조금 더 생기지 않을까.
이렇게 조직원의 암묵지를 명시적인 지식으로 옮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쉽지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을 게을리하면 핵무기 만드는 방법도 까먹게 되는 것이 아닐까 -_-;
슬래쉬닷에는 아래와 같은 발췌문이 올라와 있다.
‘NNSA had lost knowledge of how to manufacture the material because it had kept few records of the process when the material was made in the 1980s, and almost all staff with expertise on production had retired or left the agency,’ says the report by a US congressional committee.
‘NNSA는 그 물질을 만드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그 이유는 해당 물질이 만들어질 당시인 1980년대에 그 프로세스에 대한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으며, 지금은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스태프들이 은퇴하거나 퇴사했기 때문이다.’ 라고 미 의회 위원회가 보고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까 이건 암묵지를 못 옮긴 사례라기 보다는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식조차 정리를 안 한 대가를 치르는 것 같긴 한데 -_- 아무튼 그 당시에는 각 스태프들이 공정 각 과정에서 필요한 노하우를 개인별로 가지고 있었을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 때는 어떻게든 만들어 냈었으니까.
지식과 기록을 잘 관리하여 후대에 전달하는 일은 이런 사례만 보아도 상당히 중요한 조직 내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단기간에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 과정이 효율적으로 잘 진행되지 않으면 했던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은 삽질을 역사를 거치면서 계속 반복해야하는 시지프스가 되는 것이 아닐까.
헐. 별 괴상한 걸 다 잊는군요.
암묵지와 명시지는 조직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생각해봐도 좋겠군요. 잘 읽고 갑니다 🙂
그러게요. 개인 차원에서의 암묵지 관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 번 해보고 글로 옮겨 봐야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여기서 말하는 조직 중 범죄조직 사기조직도 있다.
미국이 핵무기 덜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이다.
미국은 다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다음 세대가 풀어야하는 숙제이면서 보물지도이다.
88만원세대가 삽을 들고 가카에게 가서 대운하를 파자고 하면
가카는 그들을 환영할 것이다.
말미에 말씀하신것처럼 예시가 틀린듯합니다.
극비로 취급됐기에 쉬쉬하며 남기지 않았고 그것때문에 기술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네요. 암묵지와 명시지에 대한 설명이 저게 맞다면 글 자체를 바꾸셔야될듯?ㅋㅋㅋ
그러게요. 기밀 사항이라는 점은 제가 생각을 못했던 부분입니다.
기밀 사항에 대해서는 보통 (1) 문서화 해 놓고 문서를 보호하거나 (2) 아예 문서화 안 하고 사람들 입 막기 두 가지 접근법이 있을 듯 합니다. 모든 기밀 사항이라고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기밀성”이라는 것이 기록이 남지 않은 모든 이유를 설명해 주지는 못할 듯 합니다.
좋은 지적 정말 감사합니다. 🙂
nnsa에서 예산때문에 쑈하는거 아닌까요?
저런 아마추어같은 실수를 하다니 좀 그런데..
예산이라, 좋은 지적이십니다. 극비 사항이라는 점 외에도 예산을 더 따오려고 수를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처음에 듣기에 너무 아마추어 같은 실수가 아닐까 싶긴 했는데, 핵탄두 자체라기 보다는 그 중에 한 부분(스티로폼의 일종이라고 하네요)을 만드는 방법을 잊은 것이니까 또 이해가 가기도 하고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회사에서도 종종 이런 경우를 보곤 합니다. 인수인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조직에서 암묵지를 잘 관리하는 것도 그 회사의 역량이 되는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