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어버이날의 이미지는 빨간 카네이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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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이 되면 나는
한장에 10원하는 빨강색, 분홍색 습자지를 겹쳐서 가위로 오리고, 가운데에 심도 박아넣고 열심히도 카네이션을 만들었더랬다.
(그러나 막상 만들고 나면 접시꽃 같았다.-_-;)
그리고 그걸 잘 모셔놨다가 아침 반찬 냄새가 배어있는 엄마랑 출근하는 아빠 가슴에 종이꽃을 달아드리는게 매년 5월 8일의 일과였다.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진 말이다.
그 후엔 카네이션의 질이 달라졌다.
접시꽃 같은 종이꽃에서 ‘예닮원’이라는 곳에서 몸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만든 멜로디가 나오는 카네이션으로.
그리고 편지.
처음에는 정말정말루 쓰고싶은 말이 많았다. 여러장이 들어있는 편지지 묶음이 100원하던 시절.
아무런 무늬없이, 흰 종이에 까만줄이 쳐져있던 그 편지지를 꽉꽉 채웠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쯤 되니까 내용이 고갈되어버렸다-_-;
진부하기 이루말할수가 없었다
편지를 쓰는 나 자신에게 화가났다-_-;
편지지는 점점 화려해져 가는데
내용은 점점 진부해져갔다…
오늘하루.
하늘 어디에 그렇게 많은 빗방울이 숨겨져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비가 내렸다.
걸을 때마다 물이 나오는 신발을 신고
참도 많이 걸어다녔다.
우산으로 비가새고, 우산이 뒤짚어지고, 날씨도 추웠지만.
그래도 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번 돈으로 엄마아빠한테 뭔가를 사드릴수있다는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연신 싱글거렸다.
비록
손가락에 빨간 물이 들어가며 만드는 종이꽃은 없지만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쓰는 편지는 없지만…
그러나 갑자기
저 위에계시던, 크고 넓기만 했던 엄마아빠가
내 옆에계신것 처럼 느껴지는건
왜일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어버이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무 것도 못해드리고…
왜 이렇게 귀찮니즘 아들이 되버린걸까… 휴… ㅡㅡ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