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질병은 마음의 긴장이 풀렸을 때 찾아 온다고.
태풍의 눈이 안전한 것 처럼 최악의 상황에서 병은 찾아오지않는다.

겨울이 다 지나가고
삼월도 중반을 넘어설 무렵 나를 찾아온 감기와 꼬박이틀을 싸우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겨울, 나도 모르는 새 입술을 깨물게 했던 겨울의 그 긴장이
풀려버렸나보다 담배연기 맥없이 공중에 흩어지듯,
겨울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살던 내가 지난겨울 내내 몸 속에 담지 않았던
감기에 걸릴 수 있을 만큼, 감기란 녀석에게 한 자리 내어줄 수 있을만큼
나 편한해졌나보다

내가 대견스러울만큼 기쁘고
견딜 수 없을만큼 슬프다
나,
무뎌져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