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 09학번 (나보다 1년 위) 중에 Hazel 이라는 예쁘장한 여자애가 있다.
2주 전에 여행을 다녀와서 지난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나갔더니 얘가 라운지에서 혼자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로 봄방학 때 뭐했냐고 물어보다가 내 여행 얘기를 꺼냈다.
여행 얘기를 하고 나서 ‘아무리 봄방학이지만 봄 방학을 모두 여행에 썼더니 갔다와서 할 일이 막 쌓여있구나’라고 불평 아닌 불평을 했더니 얘가 하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네가 봄방학 때 수업 내용 다시 보고 했으면 나중에 전혀 기억나지 않을 시간이었겠지만, 이번 여행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하지 않을까? 항상 인생에서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지.”
그러면서 Life Priority라는 얘기를 했는데, 여러 생각이 가지처럼 뻗어나왔다.
공부한답시고 가족과 친척들에게 연락도 제대로 못하고 부모님 생신과 결혼기념일 챙기기도 버거워하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화 한 통 자주 못 드리는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항상 친구들과 얘기하면서는 ‘앞만 보면서 달리기 보다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사는게 좋지 않을까’라고 얘기하면서도 정작 나는 앞만 보고 달리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문제는 보통 이런 생각이 나는 때가 한국 시각으로 새벽이라서 또 전화 못 하고 지나쳐 버린다.
그런 것 보면 매주 주말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연락드리는 부모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단함이란 범인이 따라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일을 한 번에 해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남이 따라하기 힘들 정도로 성실히 꾸준히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종종 잊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