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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호 호수 여행기 + 켄타로 대화록

켄타로와 2박 3일간 타호 호수 (Lake Tahoe)에 놀러갔다왔다. 전체 사진은 여기 참조.

켄타로는 내년 5월에 졸업하면 바로 일하러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 여름에 여행으로 뽕을 뽑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덤으로 껴서 이번에 같이 둘이서 놀러가게 되었다. 사진들 중에 몇 개 골라서 여행기를 겸해서 써 놓을까 한다.

여행기

tree

차 타고 북쪽으로 가면서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주변 풍경이 변한다는 것이었다. 민둥민둥하던 산에서 울창한 침엽수림으로 점차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니까 ‘북반구에서는 북쪽이 남쪽보다 춥긴 춥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음.

bike_rack

여기엔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저렇게 위에 싣고 가는 차 외에도 뒤에 세 대 네 대 주렁주렁 달고 가는 차도 봤다. 이렇게 싣고 가는 것 자체도 낯선 광경이긴 했지만, 산 꼭대기 같은 곳에서 자전거를 차고 있는 사람을 볼 때는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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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캘리포니아 일주를 할 때 호수 근처에 들리긴 했지만 아침에 늦잠자는 바람에 못 보고 그냥 돌아왔었다. 그렇기에 이것이 타호 호수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킹스비치(Kings Beach)라는 곳이었다. 호수 자체가 해발 2000미터 가까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이 눈에 덮혀 있었다. 여름이라고 하기엔 조금 생소한 광경이기도 했다. 여기 와서 점점 계절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시간의 흐름에 둔감해지고 있다. 물이 참 차고 맑았다. (다만, 마실 생각은 안 들었다.) 원래 바닷가 같은 곳에서 물에 들어가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는 담수라서 가볍게 발을 담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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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비치는 호수의 북쪽에 있었고 이제 남쪽으로 향했다. 호수의 서쪽을 따라 달렸는데, 약 한 시간은 걸린 것 같다. 호수의 크기가 샌프란시스코 만의 바다 넓이와 거의 맞먹는 것 같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다보니 Vista Point(전망대(?))가 나왔다. 뭔가 하고 그냥 들러봤더니 아주 예쁜 색깔을 띤 만이 있었다. 만의 크기가 딱 한눈에 적당히 들어올 정도여서 더욱 보기 좋았다. 만의 이름은 ‘에머랄드 베이’였는데 정말 물의 색이 에머랄드 빛을 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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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Lake Tahoe라는 남쪽 도시에 점심 때 쯤 도착했다. 여기에서 보트를 빌려서 탔다. 물론 카약처럼 노를 젓는 멋진 대여용품도 있었지만, 둘 다 이미 몸이 아저씨라 페달을 밟는 보트를 빌렸다. 남자 둘이서 타기에는 조금 우울한 보트인 듯. 한 시간은 조금 긴 것 같아서 30분을 빌렸는데, 한 시간 빌렸으면 지쳐 쓰러질뻔 했다. 호수가 하도 넓으니 얕은 파도 같은 것이 치기도 했다. 파도를 거슬러 페달을 밟을 때는 물이 보트를 살짝 덮쳐 들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파도를 거슬러 갈 때는 체감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실제로 나가는 속도는 느렸고, 파도 방향으로 갈 때는 체감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훨씬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나름 착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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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오후 시간에는 뭐를 할까 하다가 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켄타로의 휴대폰으로 검색해 보고 낚시 용품 렌탈점을 갔는데, 용품 자체를 빌리는 것은 크게 비싸지 않았으나 낚시 면허가 두 당 13불씩 하길래 그냥 관두고 나왔다. 그러고 나서 낚시할 곳이라고 알려준 강이나 찾아가봤다. 막상 가보니 강이라고 하기에는 물살이 너무 빨라서 물고기가 잡힐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잠시 발이나 담그고 있었는데, 여기 물은 발을 계속 담그고 있지도 못 할 정도로 차가웠다.

paradox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역설적 광고 문구. Biggest Little City. 응? 사실 지금도 뭔 말인지 이해가 안 됨.

대화록

사실 둘 다 영어도 잘 못하고 공통 언어 기반이 없으니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문화적 교류가 어느 정도 있고, 서로의 사회에 대한 이해가 다른 제3국에 대한 이해보다는 높은 편이니 그런 주제를 가지고 틈틈이 얘기를 나눴다. 일본 또는 일본어에 관해서 들은 이야기 몇 가지.

  • 일본 정부 청사들이 모여 있는 곳을 카스미가세키(霞ヶ関)라고 부른단다. 관료를 대표하는 말로 우리로 치면 ‘세종로’ 또는 ‘과천’ 같은 느낌. かすみ는 ‘이슬’, が는 の의 고어체 (소유격), 関는 ‘관문’이라고 한단다. ‘이슬의 관문’인가. 관료를 대표하기에는 뭔가 서정적인 느낌인데. 그 외에도 우리로 치면 ‘여의도’라고 부르는 것 처럼, 일본의 정계를 일컫는 말이 있다는데 까먹었다. -_-
  • 일본 정부 건물들에도 구내 식당이 있는데, 그 중에 세 군데가 좋다고 한다. 우선 외교통상부(외무성?) – 외국 사람들이 올 일도 많고 해서 식당 좋음. 농림부+해양수산부 – 신선한 재료를 구할 수 있어서 식당이 좋음 -_- (뭥미) 마지막으로 법무부 – 변호사들이 많아서 비싼 식당을 운영해도 알아서 잘 먹음. 켄타로가 일했던 정통부(체신부?)의 구내 식당은 ‘천민 식당’으로 불렸다고 함 -_-;; の食堂 ㄷㄷ
  • ‘오타쿠’는 생각보다 일본에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덜한 것 같았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고는 한다) 다만 좀 찐따 같은 취미를 진지하게 가지는 사람을 일컫는 듯. 그에 반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는 오타쿠와 좀 다름. 그냥 방에 쳐박혀서 아예 안 나오는 사람들. 오타쿠가 꼭 방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히키코모리라고 꼭 야릇한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님. 다만, 히키코모리에게 인터넷은 필수 -_-;
  • ‘나’를 가리키는 1인칭 대명사로 僕(ぼく)는 좀 어린 남성들이 쓰는 뉘앙스라고 한다. 여자가 ‘보쿠’라고 말하면 좀 이상하다는 듯. ‘와타시’라고 하면 대강 대부분의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한다. 상대방을 가리키는 2인칭 대명사로는 ‘아나타’가 유명하다고 알고 있긴 한데, 이건 우리말로 ‘당신’이라는 말이라서 까딱하면 ‘싸우자’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손윗사람은 ‘부장님’, ‘과장님’ 처럼 호칭으로 부르는게 낫다고 하는 걸 보니 이건 우리말이랑 비슷한듯.
  • 켄타로가 구워온 CD도 좀 들었는데, 웬 게임 음악 같은게 나오길래 뭐냐고 물어봤다. 일본에서 나름 뜬 게임의 노래라고 한다. 한 개발자가 취미로 음악을 작곡했는데,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어서 게임을 만들어서 게임 음악으로 삽입했다고 한다 -_- 제대로된 주객전도 ㄷㄷ 이 얘기를 하면서 일본의 긱 geek 들은 뭔가 좀 독특한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 내가 요새 고이즈미는 뭐하냐고 했더니 아직 의원이긴 한데 조만간 은퇴할거고 그 아들이 정계에 진출한다고 한다. 그 연예인 하던 아들이 정계에 진출하는거냐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다른 아들이라고 한다. 그러면 사실상 세습 정치 아닌감? 하고 물었더니 사실 그런 사례가 많다고. 지금 야당 총수(?)도 할아버지가 총리 지냈다고도 하고, 지금 총리인 아소도 조부가 총리였다나 뭐라나. 민주주의에서 세습 정치는 좀 이상하지 않냐? 했더니 뭐 이상하긴 한데, 사람들이 찍어주니 별 수 없음이라고 함. 역시 민주주의는 전체 투표인단의 퀄리티를 드러내는 시스템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낌. 추가로 고이즈미 시절에 기자들이랑 off-the-record로 음담패설을 진짜 많이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미 듣긴 했었는데 일본 사람한테 들으니 좀 색달랐다 -_-
  • 일본은 예전에 은행을 국가가 관리할 때 일련 번호처럼 번호를 매겨서 이름 대신 사용했는데, 그 번호 이름을 아직 사용하는 은행들이 있다고 한다. 지금 큰 은행 중에서도 이름은 바꿨지만 원래 번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함.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이름들
    • 第四銀行(The Daishi Bank, Ltd)
    • 十六銀行(The Juroku Bank,Ltd)
    • 十八銀行(The Eighteenth Bank, Limited)
    • 七十七銀行(The 77 Bank, Ltd)
    • 百五銀行(The Hyakugo Bank, Ltd)
    • 百十四銀行(The Hyakujushi Bank, Ltd.)
  • 일본은 메이저 언론사의 초봉이 거의 모든 직종 중에 최강이라고 한다. 다음 일본 직장별 연봉 순위를 볼 때 1-3위와 7위가 모두 방송국이라고 한다. 이것 때문에 2ch(일본의 디씨) 사람들이 매우 깐다고. 아무튼 평균 연봉을 보니 최고는 초봉이 1억 5천 정도 한다. ㅎㄷㄷ ‘서울은 집값이나 물가는 동경이랑 비슷한데, 직장인의 수입은 일본의 절반 수준이니 살기 힘들 수 밖에’ 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지도

이번 여행 다녀온 지도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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