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상하게 Social 활동이 많았던 토요일이었다.
1. 버클리 바위 동문회
열 명 남짓 밖에 안 모였지만 몇 년 만에 전역한 병옥이도 만나고 버클리를 떠나기 전에 캘리포니아 날씨도 만끽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바베큐 하는 법도 조금 더 배웠고. 여기 숯은 기름에 절여놓아서인지 정말 불이 잘 붙는다. 상엽이랑 예전에 난지도에서 연탄 같은 숯 가져다가 불 붙이느라 삽질하던 것 생각하면 이건 뭐 그냥 불씨만 갖다대면 활활 타기 시작하는 숯인듯. CostCo에서 조달한 쇠고기와 소시지, 파인애플 등을 구워먹었는데 정말 간만에 단백질을 좀 제대로 보충했다. ㅠㅠ 이것 또 언제 먹어보려나 ㅠㅠ
상겸이 형 딸은 이제 돌을 갓 지났다고 하는데 너무 예뻤다. 눈이 똘망똘망한게 아주 그냥 예쁨. 나도 좀 안아봤는데 폼이 익숙치가 않아서 꽤 힘들었다. 아이 안고 있는게 그 자체로 일인듯.
어제는 날씨가 아주 좋았는데, 오늘은 시궁창 -_- 내일까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 이게 캘리포니아가 맞나 싶다.
2.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
예전에 대학에서 화현회를 할 때 01학번에 권정훈 형과 쌍벽을 이루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인 윤형이 형이 있었다. 요새 세계일주를 하고 계신줄 알았더니 어제 갑자기 트윗이 띡 날아와서 “버클리다”라는 것임. 그래서 동문회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서 잠시 쉰 후 형을 만났는데, 역시 머리도 뒤로 묶어주시고 세계일주 방랑자 간지가 좔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차피 만나서 같이 할만한게 (1) 형이 기타치는거 감상하기 (2) 음악회 가기 정도일텐데, 형이 마침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 일정을 보고 왔다고 하시길래 샌프란으로 갔다. Davies Hall에서 공연하는 것이 비싸지도 않고 괜찮다는 얘기만 들었었는데, 어제 우연히 이렇게 처음 가보게 되었음.
Civic Center 역에서 좀 걸어서 우선 표를 샀다. $15이 제일 싼 자리인데 매진이길래 $20짜리 표를 샀다. (들어가보니 제일 뒷자리 크리 ㄷㄷ)
3층 입구에서 바라본 홀 내부의 모습. 워. 저 맞은 편 벽에 보이는건 파이프 오르간. 저거 치면 건물이 울린다는데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음.
1층 맨 뒷자리에서 본 모습. 맨 뒤라고 해도 생각보다 잘 보이고 잘 들렸다. 천장에 반사판(?)을 매달아 놓은 것이 신기했음. 우리가 거의 제일 어린 축에 속했던 듯. 다들 거의 사교 클럽 분위기라 위화감 작렬했음 -_-;
홀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시청 모습. (실제로는 사진보다 확 트이고 멋있음)
프로그램은 Grieg 피아노 협주곡과 Shostakovich 교향곡 8번. 피협은 그래도 첫 테마를 들어보니 딱 아는 부분이어서 적응이 쉬웠음. 3악장 마지막 부분이 인상 깊었음. 자리가 멀어서 소리 밸런스가 별로 안 맞는게 단점. 피아노 협주곡인데 피아노 소리가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힘 -_-;
Shostakovich는 역시 현대로 조금 오는 시기라 그런지 아스트랄해짐. 그래도 쇤베르크 아저씨에 비하면 쇼스타코비치는 수비가능영역인듯. 중간 부분에 올드보이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나오고 하는 걸 들으면서 요즘 음악가들도 이런걸 들으면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음. 관악기의 비중이 꽤 높았고, 난이도도 안드로메다였음. 이게 총 5악장인데, 나는 4개 악장까지 세고 있었는데 공연이 끝났고, 그 때 윤형이 형은 7-8개의 악장을 세고 있었다 -_-; 암튼 잘 모르겠음. 전반적으로 나는 엇박자스럽게 박자가 특이한 것 정도가 인상적이었음.
거의 10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홀이었는데 사람들도 공연 시작하니까 아주 조용해졌음. 그리고 기침 방지용으로 홀에서 박하사탕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였음.
아무튼 간만에 귓구멍에 기름칠을 좀 하고 나니까 좋긴 좋았음. 이 때까지 좀 더 보러올걸 싶기도 하고 -_-; 항상 떠날 때가 되면 아쉬워지는 법인듯.
3. iPad 출시일
윤형이형 말로는 마침 어제가 iPad 출시일 이라는 거임. 그래서 아까 표를 사고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져있는 애플 스토어에 놀러감. 사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도 꽤 있고, 나름 장관이었음.
iPad 처음 소식 나왔을 때 누가 안 팔린다고 한거냐 -_-; 근데 막상 보니까 ‘아 이제 진짜 21세기가 왔구나’ 싶은 느낌은 든다. 진짜 사고 싶게 만들어놨음 ㄷㄷ
시연대 앞에는 바글바글. 나는 만져볼 생각도 안 했음. 매장을 쭉 둘러보니까 이미 iPad용 케이스니 액세서리니 다들 같이 출시되어 있어서 좀 놀랐음.
매장 앞에서도 별별 희한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아가씨는 언제부터인지 계속 생방송으로 애플 스토어를 중계하고 있는 듯. 내가 신기한듯 쳐다보면서 사진찍으니까 짧게 인터뷰했음 -_-; 이런 것의 가장 큰 맹점은 이게 어디로 전송되어서 나갔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 -_-;;;
이 아저씨는 앱 개발자인듯한데, 엽서 만들어주는 앱을 시연하면서 출력된 엽서들을 나눠주고 있었음. 애플 생태계에 붙어서 살아가는 방법도 참 다양함. 하긴 그게 애플의 힘이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윤형이형한테 아이폰 구경을 시켜드리면서 왔음. 아래는 어제 NYT의 기사 하나를 적절히 확대한 뒤에 찍은 스크린샷.
대단한 아저씨. 이 아저씨가 없는 애플은 어떤 모습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