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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맛보다 – 캘리포니아 대장정 2/7

1. Berkeley to Pasadena

어제 점심때 버클리에서 차를 한 대 렌트해서 LA를 향해서 출발했다. 거리는 대략 500마일(750km). 서울-부산 보다는 좀 더 멀고, 평양-대마도 정도 거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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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데나(Pasadena)는 칼텍이 있는 곳인데, LA에 있는 고등학교 동기가 석원이 정도 밖에 없어서 석원이 집에서 신세를 좀 지기로 했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에 파사데나를 찍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를 쭉 타고 내려오는데, 처음에 날씨가 너무 좋았다. 주변 풍경도 한국의 산과는 달리 잔디 덮힌 민둥산이랄까 -_- 그래서 뭔가 쓰다듬고 싶어지는 그런 지형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식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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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못 먹고 출발해서 휴게소가 없나 생각하며 운전을 하고 있으려니까 역시 아니나 다를까 휴게소 표시가 나왔다. 그런데 여기는 고속도로 상에 휴게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휴게소가 아예 마을 하나였다. 맥도날드에서 빅맥 세트로 점심을 대강 해결하고 쭉 운전을 해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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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장거리 운전을 해보니까 정말 말로만 듣던 넓은 땅이 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또는 황무지-_-)와 간간히 보이는 예쁜 주택들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거 단지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상황이 떠올라서 조금 안타까웠다.

네비게이션을 통해서 넓은 땅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 I-5 South라는 고속도로로 합류하는 순간에 네비게이션에서 “250마일 후에 I-5 South Auto로 갈아타세요” 이러는 것이었다. 음.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네비를 찍었는데 “대구까지 가서 좌회전” 뭐 이런 느낌이랄까. (물론 우리나라도 고속도로에서는 그렇게 긴 인터벌이 나올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한 7시간 정도 쭉 운전해 내려가면서 중간중간에 휴게소에서 잠깐 쉬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그랬다. 중간에 산을 하나 넘게 되어 있는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못 봤던 3월에 눈이 내리는 것도 볼 수 있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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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장거리 운전을 해보니 노래를 잘 골라서 많이 가지고 타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내려오다보니까 크게 지겨운 것도 많이 못 느꼈다.

우리나라도 대륙과 육지로 연결만 되어 있으면 기차를 타든 차를 타든 여행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쉬워졌다. 자동차를 몰고 중국과 몽골을 넘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자동차 한 대 몰고 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2. LA 한인타운

LA 근처에서 묵을 곳은 Pasadena라는 LA 북서쪽의 도시다. 칼텍이 있는 도시인데, LA에서 돈 벌고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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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데나에 도착해서 석원이를 만났다. 고등학교/대학교 때는 오히려 자주 못 만났었는데 이렇게 나와서 만나니 더 반가운 것 같다. 석원이가 저녁을 LA 한인타운에 있는 고기부페에서 사줬다. LA 한인타운을 지날 때는 마치 한국의 거리를 지나는 기분이었다. 간판에 아예 영어를 안 쓴 가게도 많았고. 석원이 말로는 LA의 교포만 70만이란다. 고기부페도 가보니 전부 한국 손님들이었다.

석원이가 사는 파사데나는 동네도 조용하고 좋아보였는데, LA 한인타운은 그에 비하면 좀 복작복작한 느낌이었다. 석원이 말로는 그나마도 최근 환율이 너무 올라서 모든 가게들이 장사가 안 되어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국내야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려면 어느 정도 시차가 있지만, LA는 확실히 바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 듯 하다.

또 석원이 말로는 LA는 약을 하는 멕시코 사람들이 많아서 밤에 절대로 걸어다니면 안 된다는 얘기도 덧붙여서 해줬다 -_- 일례로 전에 석원이가 신호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웬 멕시코 사람이 조수석으로 덥석 타더니 돈을 달라고 해서 돈을 내 준적이 있다고 했다. 버클리에 비해서 상당히 적대적인 분위기다. 아무래도 도시가 커지면 그런 문제가 자연스레 발생하나보다.

여기 와서 제일 그리운 것 중에 하나가 친구들이랑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것이엇는데, 석원이 덕분에 잘 먹었다.

3. 아내의 유혹 -_-

석원이 방에 돌아오니 아예 SBS가 TV로 나오는 것이었다. LA 한인 사회의 규모를 실감하며 TV를 잠시 보는데 “아내의 유혹”이라는 드라마를 잠시 같이 봤다. 막장 드라마로 한국에서 유명한 것 같던데, 단 두편만 봤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명실상부한 막장 드라마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고부갈등, 불륜, 근친상간, 사생아 등등 드라마에서 쓸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는 모두 다 끌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15, 16화여서 장서희가 아직 착할 때의 모습인 것 같은데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쩝.

이렇게 하루가 갔다.

내일은 LA 구경 좀 하고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한국-일본 WBC 결승전을 구경할 생각이다.

끝으로 사진 몇 장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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