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9시쯤 일어나서 저녁에 야구 하기 전에 어딜 갈까 하다가 석원이가 Getty Center와 Santa Monica를 추천하길래 두 곳을 지도에서 찾아보고 집을 나섰다. 오늘의 여정은 아래와 같다.
A&H : Pasadena 칼텍 근처 친구집
B: Getty Center (게티 박물관)
C: Getty Villa (이것도 박물관, 로마시대가 컨셉이라고 함)
D: Santa Monica 해변
E: 비버리 힐즈
F: LA 재팬타운
G: 다저스 스타디움
1. 게티 센터 & 게티 빌라
룰루랄라 30분 정도 운전해서 게티 박물관에 갔더니 매주 월요일은 쉰댄다 ㅠㅠ 그러면서 “Getty Villa”라고 로마 시대 예술품들을 모아 놓은 곳이 또 있다고 표를 한 장 주면서 거기로 가라는 것이었다. 문 닫았다는데 별 수 있나. 또 매우 애매하게 안내해주는 네비게이션과 함꼐 30분가량 더 삽질하다가 꾸역꾸역 찾아갔다.
여기는 어디를 가나 날씨가 너무 좋아서 50점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바닷 바람에 건조한 날씨라 그냥 가만히 앉아있어서 기분이 나른해지는 그런 날씨다.
게티 빌라는 말 그대로 로마 시대의 정원을 재현해 놓은 컨셉의 박물관인 것 같았다.
아래는 큐피드 상이 네 모서리에 있는 작은 분수.
작품들이야 뭐가 뭔지 모르니 대강 이름 아는 사람들 조각만 좀 찍어왔다. 아래는 아테네와 제우스 상.
박물관 한켠에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놀 수 있도록 도자기 조립 완구나 그림자 놀이용 기구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원의 맞은 편에서 한 컷.
2. 산타모니카, 비버리 힐즈 & 재팬타운
게티 빌라를 나와서 가까이 있는 산타모니카라는 백사장을 찾아갔다. 찾아가는 길 역시 날씨가 좋아서 드라이브하기 좋았다.
산타모니카에 도착하니 배구하는 애들도 있고 암튼 역시나 한적한 분위기였다. 쇼핑가가 3번가라는데 가보지는 못하고, 그냥 부두 근처만 구경했다.
말로만 듣던 세그웨이를 타고 관광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이상하게 허름하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게 비싼-_- 햄버거집에서 대강 밥을 먹고 이제 어디갈까 생각하고 있었다. 야구보러 가기 전에 도시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려던 것이었는데 이제 고작 오후 1시-_-
문득 어제부터 WBC를 보러 LA에 내려와있는 같은 과 친구 켄타로가 생각났다. 켄타로가 마침 재팬타운에 있다길래 재팬타운도 구경할겸 만나기로 했다. 가는 길에 비버리힐즈가 있길래 그냥 차로 지나가면서 구경만 했다. 뭔가 윌스미스라도 만날 줄 알았는데, 그냥 길거리였다. -_- 조금 깔끔하게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정도랄까.
다만 옆으로 뚜껑 없는 차를 타고 왠 여자애들이 손을 흔들면서 지나가는 건 좀 특이했다. 그 앞에 카메라를 들고 가는 차가 한 대 있었으니 뭔가 촬영하고 있는 모양. Beverly Hills BMW 매장도 따로 있고 명품이라고 얘기 들어봤던 브랜드 가게들이 있는 걸 보니까 좀 부촌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느껴졌다.
LA 다운타운을 향해서 갔다. 다운타운에는 역시 고층건물들이 꽤 보였다.
재팬타운에 도착해서 켄타로를 만났는데 재팬타운은 코리아타운에 비해서 훨씬 작아보였다. Downtown의 2nd St와 3rd St 사이의 한 블럭 정도가 재팬타운이라고 한다. 켄타로가 밥을 안 먹었다길래 근처 밥집에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까 또 배가 고파서 나도 오야코동을 하나 시켜서 또 먹었다. -_- 아래 사진에서 갈색 겉옷을 입은 친구가 켄타로. 일본 정통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고이즈미 시절 우정국 민영화 프로젝트에서 일했다는 얘기만 들었던 친구다.
켄타로는 셔틀을 예약해 놓았다고 하길래 따로 경기장으로 가기로 했다. 켄타로와 헤어지기 전에 선글라스 얘기가 나왔다. 켄 왈, “라스베가스 갈라면 선글라스 필요하지 않냐?” 나, “근데 도수 들어간 선글라스 비싸잖아.” 켄, “안경에 끼우는 식의 선글라스도 있는데.” 나, “어? 진짜?”
그래서 같이 선글라스를 사러 갔다. 마침 바로 옆에 안경점이 있길래 가봤더니 진짜 얇게 생겨서 안경에 부착할 수 있는 선글라스가 있는 것이 아닌가! 15000원 정도 주고 득템. 생전 처음 사보는 선글라스였다.
3. WBC 관람
이제 홀로 다저스 스타디움을 찾아가야 되는데, 네비게이션이 길을 못 찾는다 -_- 경기장 주변을 한 두바퀴 돌다가 간신히 주차장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일찍 출발 안 했으면 꽤나 고생할뻔 했다. 어쨌든 15불을 내고 주차장에 도착.
차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태극기를 몸에 두른 여자분도 봤고, 일장기를 핸드백에 꽂은 일본을 응원하는 분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경기장 밖에 있던 응원 용품 가게에도 들러서 구경만 좀 하고 아무 것도 안 사고 나왔다. 혼자 가서 그런데 돈쓰는게 좀 안타까워서 -_-
나는 90불짜리 표를 샀었는데 2층이었다. 경기 막판에 사람들이 좀 빠지면 더 가까운 자리로 옮겨볼까 처음에 생각했었는데, 출입구 자체가 아예 따로 있어서 포기.
게다가 1/3루석 구분이 없어서 나는 일본측인 3루석 자리였다. -_- 다행히 이 쪽에도 한국 응원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야구를 야구장에서 직접 본 것은 예전에 엔쇼 친구들이랑 목동 경기장에서 부산 갈매기 부르던 이후로 처음인 듯하여 나름 기분이 좀 들뜨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까지 시간이 좀 남게 일찍 들어와서 경기장을 둘러보니, 외야석과 2층 관중석 사이에 양팀의 불펜이 있었다. 그래서 그 위에 올라가서 일본 투수들 사진을 좀 찍었다.
경기장에 국기들이 입장하고 경기 시작의 긴장이 슬슬 고조되기 시작했다.
저녁을 제대로 못 먹어서 나초를 하나 사서 자리에 앉았다.
경기 시작 전에 양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불꽃을 좀 터뜨리고 각 선수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이 홈팀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선공이었다. 우리 선발은 봉중근 선수. 일본의 첫 타자는 이치로 스즈키 선수.
경기에서 초반부터 참 안타까웠던 것이 상대 투수에 비해서 투구수가 너무 많았다. 3회 던졌을 때 이미 60개는 넘게 던진 듯 했다. 아래 사진은 1회인가 2회 때 이미 40개 가까이 공을 던진 것을 보고 찍은 사진.
공격 측면에서도 일본은 거의 매회마다 득점 찬스를 잡는데 비해 한국은 안타 자체가 너무 안 났다. 안타가 너무 안 나니까 일본은 안타 정도는 쳐야 환호성이 나오는데 비해 우리는 사사구만 나와도 환호성이었다 -_-
경기가 중반으로 가면서 슬슬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두 팀이 주거니 받거니 한 점씩 냈다. 추신수 선수는 툭하면 병살을 친다는 악의적 소문에도 불구하고 홈런을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꽃보다 범호의 이범호 선수도 기회 때마다 안타를 쳐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고영민 선수는 중간 실책을 하나 하면서 마음이 많이 자책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뒤에 2루타성 타구에서 오심으로 아웃된 것도 아쉬웠다.
5회에 이미 우리는 봉중근 선수가 내려가고 정현욱 선수가 계투로 올라왔다.
경기 중반에 맞은편 1루 외야석에서 독도는 우리땅 플래카드를 들고오신 분들이 있길래 하나 찍어봤다.
경기 중간에 이번 WBC가 관중 수 최대, 이번 결승전도 관중 수 최다라는 안내가 나왔다. 뭔가 WBC도 결국 상술인가 싶어서 놀아나는 기분이 좀 들긴 했다.
후반으로 가서는 임창용 선수가 마무리로 나오고 일본은 다르비슈라는 투수가 나왔다. 임창용 선수는 언더임에도 불구하고 직구가 94마일이나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다르비슈는 직구 구속이 100마일 나오는 것도 있었다 -_-; 시속 160km의 공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9회말에 사사구로 주자들이 나가기 시작하고 2아웃에 안타가 나면서 동점을 만들었을 때 경기장은 대략 열광을 도가니였다.
마지막 고영민 선수가 안타를 하나만 쳐주었으면 깔끔하게 우리의 승리였는데 아쉽게도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사실 그 뒤로 연장으로 가면서 이미 승부는 기울었던 것 같다. 임창용 선수는 마무리임에도 불구하고 공을 40개 가까이 던졌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이 10회에 두 점을 내면서 승리했다.
경기를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안타 수가 3배나 차이가 나서 이 게임을 우리가 이긴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참 얄밉겠다라는 생각은 했다. 아무튼 그렇게 WBC의 결승전은 끝이 났다. 경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표 값은 아깝지 않았던 경기였다.
4. 카드게임
석원이 집에서 하루 더 신세를 지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둘 다 어제 아내의 유혹에 완전 빠져있어서 새벽 1시쯤까지 아내의 유혹을 시청했다 -_- 그리고 나서 주변에 고등학교 선배들이 좀 계셔서 인사도 드릴겸 놀기도할겸 석원이와 함께 선배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이라도 한 잔 하게될 줄 알았는데 사람 수가 5명이라 결국 마이티를 시작했다 -_- 마이티는 고등학교 때 배운 카드 게임이었는데 게임 자체가 잘 디자인 되어 있어서 돈을 안 걸어도 재미있게 칠 수 있는 그런 게임이다. 나는 잘 치지는 못하는데 선배들은 카드도 좀 외우고 그런 정도 수준이다. 이래저래 발리면서 한 3시간 카드를 치고 석원이와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아까 응원하느라 목이 쉬어서 말을 잘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