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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몇 가지

고등학교부터 기숙사에서 살고 군대도 다녀 오면서 집에서 나와 사는 것 자체에 대한 어색함은 내게 별로 없는 듯 하다. 다만, 요즘처럼 혼자 밥 해먹고 사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1. 갓 한 밥은 진짜 맛있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나 음식점에서 공기밥을 먹을 때는 잘 몰랐던 갓 지은 밥의 맛있음을 느껐다. 갓 지은 밥은 김만 있어도 한 끼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더라.
  2. 전기밥솥은 생각보다 유능하다.
    예전에는 밥솥은 밥만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만두도 쪄 먹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_-; 오늘 감자도 좀 사왔는데 다음에는 감자도 한 번 쪄 봐야겠다.
  3. 밥 하는 것 보다 밥솥 씻는게 더 귀찮다.
    역시 뭐든지 시작하는 것 보다 마무리 짓는 것이 더 힘들다는 자연스러운 진리를 밥솥 설거지 하면서 느꼈다. 특히 밥솥에 딱딱하게 말라붙은 밥풀을 떼내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다. 그래서 보통 밥을 다 먹으면 그 다음날은 만두를 쪄서 먹는다. 만두를 찌면서 밥솥 벽의 밥풀을 불리는 1타2피의 생활의 지혜를 터득.
  4. 생각보다 반찬 많이 필요없다.
    사실 필요없다기 보다는 반찬을 이것저것 하는 귀찮음이 반찬을 먹는 즐거움을 압도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 보통 한 끼 반찬이 두 종류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반찬에 라면도 포함 -_-)
  5. 싱크대가 작으면 설거지를 자주해야 된다.
    설거지가 좀 귀찮은데 지금 사는 집의 싱크대가 작아서 미뤄두는 것이 좀 어렵다. 하긴 설거지를 미룰만큼 그릇이 많지도 않다.
  6. 냉장고의 내용물은 줄어들기 보다는 계속 늘어나서 쌓인다.
    항상 왜 집의 냉장고는 뭔가로 가득 차 있고, 어머니께서는 왜 냉장고 정리를 안 하시나 싶었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7. 있으면 있는대로 먹고 없으면 없는대로 안 먹는다.
    이사온 초기에 먹을게 하나도 없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먹을 것을 구하기 보다는 그냥 안 먹게 됨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뭔가 먹을게 있으면 끼니가 아니어도 계속 먹는다.
  8. 과일이 진짜 맛있게 느껴진다.
    예전에 집에서는 과일을 그래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몰랐는데, 한 동안 별로 안 먹다가 오늘 좀 사와서 먹어보니까 정말 맛있다. 과자 같은 것 보다 훨씬 맛있는듯 ;;
  9. 집이 서향이면 저녁 때 덥다.
    이거 뭐 당연한 거긴 한데 -_- 그래도 역시 북반구에서는 남향 집이 이래서 좋다고 하는구나 싶다. 뭐 블라인드가 있어서 별 문제는 없긴 함.
  10. 3분 카레, 3분 짜장, 3분 하이스 등등 3분 요리가 식단의 다양성에 큰 기여를 함.
    진짜 혼자 살 때는 귀찮은게 제일 큰 적인듯 하다. 3분 요리 덕분에 그래도 밥을 덜 질리게 먹는다.

생각나는대로 써 봤는데 써 놓고 보니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음. -_- 아무튼 조금씩 살림 실력이 늘어가는 것 같기는 하다. 오늘 감자 같은 직접 요리해야 먹을 수 있는 식재료도 사온 걸 보니까 말이다. 앞으로 요리도 조금씩 해 보면서 실력을 더 쌓아야겠다. 영우는 얘기 들어보니 이제 혼자서 된장국도 어렵지 않게 끓이고 한다는데, 나는 된장국 재료도 모르니. -_- 동생만도 못한 형이 되지 않으려면 살림도 좀 더 열심히 해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