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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로의 생일

어제 갑자기 켄타로한테 갑자기 메일이 오더니 저녁 때 술 한잔할까 하길래, 특별한 일도 없고 해서 맥주를 한 잔 같이 마셨다. 둘 다 영어를 잘 못하다 보니까 되도 않는 영어로 버벅거리면서도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얘기하다보니 오늘이 켄타로 생일이었다고 한다. 타지에서 혼자 생일을 보내기에는 쓸쓸하여 연락을 한 듯.

1)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일본의 이름 체계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한국은 아버지의 성을 모든 자녀들이 따른다고 이야기 했더니, 일본은 결혼을 할 때 남녀가 어느 쪽 성을 따를지 서로 합의해서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름 신선한 방식이었다. 자기가 지금은 “켄타로 스즈키”인데, 스즈키라는 성이 너무 지겨우면 나중에 결혼해서 아내 성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가는 중간에 이름을 바꾸는 것은 여러모로 너무 귀찮은 작업일 것 같다. 한국은 어찌되었든 따로 개명 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결혼을 하든 무엇을 하든 살면서 이름이 바뀔 일은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더 안정적인게 아닌가 싶다. 한국에는 인구 기준으로 김, 이, 박 순이다 했더니, 일본에는 대략 5개의 성씨가 가장 많다고 한다. “사토”, “스즈키”, “ㅇㅇ다카하시”, “ㅇㅇ다나카”, “와타나베” 이렇게 다섯 가지라고 들었는데 중간에 두 개는 까먹었다. 그러면서 “켄타로 스즈키”라는 이름은 상당히 흔한 이름이라면서, 일본에 한 1000명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중에 한 명은 아마 살인도 저지르지 않았을까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성이 부계를 따를 수도 있고 모계를 따를 수도 있다면 근친혼을 어떻게 방지하는지가 궁금해졌다. 물어보니 일본은 사촌 부터는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8촌까지는 근친혼으로 분류되어 금지된다고 했더니, 8촌을 따지는게 너무 복잡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내가 보기엔 사촌이랑 결혼하는게 더 어색한 것 같다고 ‘마음 속으로’ 이야기했다. -_-

2) 시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한국과 일본의 공통 관심사라 할 수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 주제가 넘어갔다. 켄타로 말로는 일본 사람들은 swine flu에 더 민감하지 북핵은 거의 신경도 안 쓰는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 생각에는 지금 북한이 2차대전 직전 일본과 상황이 많이 비슷한 것 같다고 한다. 2차대전 직전에 일본도 UN에서 탈퇴하고, 세계 무대에서 고립되었으며 뭔가 탈출구를 필요로 했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의 일왕도 처음에는 전쟁에 반대했지만 군부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정치력을 잃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지금 김정일에 대해서도 군부 장악력이 떨어져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유사한 상황인 것 같다고. 핵 이야기로 넘어가서, 만약 2차대전 당시에 일본이 핵이 있었다면 개전 초기에 핵을 사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쏘면 중국 북경에 쏠리는 없고, 한국 아니면 일본이다. 탄두가 5~6개 정도 있다고 치면, 한국엔 서울과 부산, 일본엔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까지 딱 6개 맞아떨어지네? 이러면서 또 너스레 -_- 전쟁 나면 엔화도 폭락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1달러에 200엔 정도로 폭락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다. 거기에 대고 전쟁나서 1달러에 200엔 되면, 원화는 1달러에 한 10,000원 정도로 휴지처럼 폭락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해 줬다. 아무튼 전쟁은 절대 안 된다.

3) 일본의 디씨라고 할 수 있는 2ch에 대해서는 꽤 오래 전부터 들어왔었다. 다만, 한번 2ch 사이트에 들어가보고, 홈페이지가 너무 불편하고 광고도 덕지덕지 붙어있길래 어떻게 이런 사이트가 일본 최대의 익명 사이트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어제 만나서 물어보니 2ch 전용 브라우저가 있단다. -_- 일반 브라우저로 할 수도 있긴한데, 거의 대다수 2ch 유저들은 특별 브라우저를 사용한다고. 우리로 치면 디씨 인사이드 전용 브라우저 같은 개념인데 참 신기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ch에서의 분위기는 어떻냐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니까, 워낙 고이즈미 시대에 라이벌 관계로 인식되어 있어서, 라이벌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뭔가 선의의 라이벌의 죽음에 대한 애도랄까 그런 뉘앙스 였던 듯. 그래 뭐 일본이야 우리나라가 아니니까 심각하게 애도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

아무튼 한 두 세 시간 정도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나름 이런저런 재미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어제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