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하러 가는 길

한 2-3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숙소에서 빵이랑 계란 후라이를 주길래 쳐묵쳐묵하고 Palani라는 같은 숙소에 묵고 있다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8시 반쯤 만나서 같이 나가서 오토 릭샤를 하나 잡았다. 방갈로르 교통 사정이 안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건 뭐… GTA인지 현실인지. 왜 차랑 오토바이들이 서로 마주보고 달리냐효. 쵸큼 무서웠음. 아래 동영상의 처음 5초 정도와 비슷함 -_- (그 뒤로는 아니고)

약 15분 정도 달려서 회사가 있는 Manyata Business Park에 도착했다. 여기 도착해서 보니까 Park 안쪽은 바깥 세상과 건물이 아예 달랐다. 정말 바깥 세상과 비교해서 삐까번쩍하게 지어놨음. On-boarding 프로세스를 거쳐서 임시 출입증 같은 것을 받아야 하는데, 이 오리엔테이션이 기본적으로 정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서 나를 비롯한 인턴 10명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크리. 노트북으로 글이나 끄적이고 있었더니 “넌 아직 출입증이 없어서 컴퓨터를 쓰면 안 된다능.” 소리 듣고 진짜 그냥 멍 때리고 있었음.

이거슨 멍개짤 ㅇㅇ

암튼 밥 때가 되어서 Food Court라는 식당을 갔다. 두둥. 거의 모든 메뉴가 채식이다. ㄷㄷㄷ 난 고기 좋아하는데. 몇 개 없는 고기 메뉴를 찾아서 식권을 사려고 보니까 다 품절. -_- 게다가 100루피를 냈더니 50루피짜리가 없는지 이상한 종이 쪼가리에 “50루피”라고 써서 거슬러 주더라. 지역 화폐냐. 그냥 채식 메뉴를 먹었는데 맛 자체는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기름을 엄청 많이 쓰는듯. 그래 풀만 뜯어먹고 살 수는 없지. 기름이라도 쳐야겠지. 밥 값은 꽤 싸다고 느껴졌다. 한 끼에 40루피 (1200원 정도)니까 한국 구내식당의 약 1/3 정도랄까. 그리고 사탕수수 쥬스 파는 코너에서 한 가지 특이한 메뉴가 있었는데, 자그마치 “소금과 후추 쥬스”. ㄷㄷㄷ 시켜 먹어봤다. 생각보다 맛이 나쁘진 않았다.

Salt & Pepper 쥬스 -_-

이럭저럭 온보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중에 딱 하나 처리 못한 것은 은행 계좌였다. 외계인이라 오픈이 안 된다는 것. HDFC라는 로컬 은행에서 사람이 나와 있었는데, 내일 시티뱅크 아저씨랑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우선 마감했다. 집에 오는 길에 역시 릭샤를 타고 와야 했는데, 역시 나 혼자 타려니 바가지를 제대로 썼다. 한 150루피 정도 낸 듯.

인도에 도착하고 나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휴대폰이 없다는 점이었다. 공중전화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이건 아마 사람들이 대부분 휴대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지?) 전화를 걸려면 누군가한테 빌려야 했다. 그래서 전화를 빨리 만들어야지 싶어서 숙소 관리인에게 휴대폰 가게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그런데. 암만 가도 안 보여 -_- 대부분의 가게가 휴대폰 요금 충전은 해주는데 기계 자체를 파는 집이 없었다. 진짜 길을 물어물어 가다 보니까 큰 길가가 나왔다. 거기서 Pai International이라는 전자기기 가게 체인 비스무리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딱 들어가서 “제일 싼거 하나 주셈.” 하니까 약 1100루피 (3만원 정도) 하는 LG 기계를 하나 꺼내준다. 나는 그냥 심카드도 사서 껴서 쓰면 되나 싶었더니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단다. 여권을 보여줬다. 여권을 복사해야 된단다. 좀 불안했지만 거기 가게 애한테 맡겨서 복사를 했다. 다행히 얘가 어디로 튀거나 그런 건 아니고 고이 가지고 돌아왔다. 그 5분이 5시간처럼 느껴졌다. 여행 다닐 때는 여권과 비자 사본 몇 부를 미리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면 좋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휴대폰 만들 때 사진을 요구하니 공항 즉석 사진기에서 여권사진 사이즈로 한 장 찍어서 같이 가져가면 유용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에서 야생소를 봤다. 역시 인도. 등심/안심들이 길에서 걸어다닌다. ㅇㅇ

까우 간지 ㅇㅇ
오토바이도 피해가는 젖소느님

숙소에 돌아왔더니 방을 바꿔준다. 오늘 새벽에 보이들이 착각했단다. 내가 오늘 새벽에 잤던 방은 하루에 2000루피 (ㅅㅂ 그런 방이 하루에 6만원 이라고? -_-) 였고, 내가 원래 묵어야 하는 방은 900루피짜리 옆 방이란다. 에어컨도 없고 더 좁으나 어차피 나는 한 달 반만 있다가 떠날 몸이니 별로 상관 없다.

방에 들어와서 누우니 집에 가고 싶다 -_- 난 누군가 또 여긴어딘가. 6주 훈련 온 기분이다. 하긴 정말로 딱 6주만 온 것이니. 흑켱흑켱.

7 thoughts on “등록하러 가는 길”

  1. 얼마전에 한국이 있지 않았나요? 다시 해외로 나가셨나보네요^^
    그럼 지금 인도에서 회사다니시는 건가요?
    잼있게 읽었습니다 ^^

  2. Frank님// 예. 약 한 달간 한국에서 비자 관련된 처리를 하다가 간신히 나갔습니다. ^^; 인도에서 약 6주 정도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경석// 사실 블로깅 시작한 것도 글 쓰는 실력을 좀 키우고 싶어서 그랬던 것인데, 정파로서 실력이 느는게 아니라 사파로 느는 것 같애 -_- 사이비가 되어가고 있다 ㄷㄷ

  3. 너의 글 읽으면서 계속 웃었다.
    개사진과 소금후추쥬스 정말 웃긴다.
    아들은 이국땅에서 고생하는데 엄마가 이렇게 글읽으면서 재미있어 해야하나 싶어 쪼~끔 미안하기도 죄스럽기도 했다.
    그곳은 곳곳에 위험요소가 많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니 몸조심하는 게 최고겠다. 여권과 비자는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고 잘 가지고 다니거라. 숙소에 에어컨, 선풍기도 없이 어떡하냐? 그래도 문단속 잘하고 다닐 때 조심해서 다니거라. 안녕!

  4. 재미있어 하셔도 되요 ㅎㅎ 재미있으라고 쓴 글인데요 뭘.
    그리고 숙소에 선풍기는 있으니 너무 걱정마세요!

  5. 글이 재밌네요. 확실히 여행으로서의 인도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것 같네요ㅋㅋ그래도 정신만 조금 바짝 차리면 재밌는 나라이니 즐겁게 지내다가 오세요!!

  6. 답글이 늦었네요 ^^; 취업비자 문제는 잘 해결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제 거의 기간이 다 돼서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네요! 잘 해결하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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