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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집 놀러가기

여기에 인턴으로 써 준 사람이 Alan이라는 사람인데 어제 통화를 하면서 오느라 고생했다고 시간 되면 주말 동안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하더라. 내가 시간이 안 될리가 없지 -_- 주소를 보내주길래 그것을 구글맵에서 찾아보고 릭샤를 하나 잡아서 찾아갔다. 여기가 주소 체계가 보통 “무슨무슨 동네”라고 해서 그 근처에 간 다음에 5th Main & 1st Cross의 교차점을 찾아가는 그런 방식이더라. 우선 Defense Colony라고 하니까 기사가 알더라.

여기 교통 상황은 진짜 지옥에 가까운데 그에 대해서 간단히 기록해 두련다. 어제 새벽에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갈 때는 밤이어서 그런지 경적을 울리는 것은 거의 못 들었다. 하지만 깜빡이를 쓰는 것은 아니고 하이빔으로 앞차들을 조지면서 달린다. 이건 뭐 거의 레이싱 게임임. 공항에서 시내 쪽으로 가는 길에 차선이 그려져 있기는 한데, 이 차선은 이거 밟고 따라서 달리라고 그려놓은 것 같았음. 텅빈 도로에서도 차선 위를 아주 한가운데로 잘 달린다. 아무튼 깜빡이를 쓰는 차는 거의 못 봤다. 후덜덜

반면에 낮에는 밝아서 하이빔이 안 먹히니까 경적을 울린다. 차들끼리 서로 뒤엉켜서 경적 울리고 그러면 진짜 지옥이다. 도로에 먼지는 자욱하고. 후아. 헬헬. 이것보다 더 헬스러운 도로는 이집트 카이로가 유일했던 것 같다.

오도바이 매우 많음. 하긴 길이 하도 막히니 이륜차가 훨씬 빠르긴 할게다.

교통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애들이 정말 많았고, 차종으로는 크게 세 종류가 많이 보였다: 혼다, 현대, 타타. 여기에 도요타나 스즈키도 좀 보였고 릭샤 말고도 세 발 트럭들이 꽤 많이 다녔다. 세 발 자동차는 왜 세 발로 만들었나 모르겠다. 바퀴 하나 더 다는게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드나?

뭐 교통 사정이 대강 이런 느낌이랄까

Alan은 역시 좋은 동네에 사는지 근처에 가니까 KFC니 Domino’s Pizza니 알던 간판이 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잘 찾아가서 내렸다. 역시 이번에도 바가지를 썼다. 200루피 정도 냈다. 사실 바가지를 써도 한국 택시비 보다 싼 것인데, 그래도 바가지 쓴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좀 구리다. 동네도 좋아보였는데 집에 들어가보니 더 좋다. -_- 엘리베이터도 있고. (손으로 문을 여닫는 것이긴 하다만) 나중에 알아보니 Defense Colony는 원래 퇴역 군인들이 사는 동네라고 한다. 아마 그 중에 누군가에게 Rent를 얻어서 사는 것이겄지?

집 좋더라

원래 1시 반까지 오라고 했는데 조금 빨리 도착해 버렸다. 맥주를 한 캔 꺼내주길래 마시면서 읽을거리나 좀 읽으면서 기다렸다. 킹 피셔라는게 인도 주류계에서 카스나 하이트 같은 것인가 봄. Strong이라고 써 있었는데, 빈 말이 아니라 진짜 쎘다 -_-

왕낚시꾼 ㅇㅇ 스트롱임

이 아저씨가 직접 요리를 해줘서 부인분과 셋이서 점심을 먹었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 어제 푸드 코트에서 초식에 첫 날 부터 질렸었는데 새우도 있고 해서 좋았다. 단백질 단백질 하악하악

새우 새우 ㅎㅇㅎㅇ 단백질 ㅠㅠ

밥을 먹고 발코니에 앉아서 앨런으로부터 내가 들어갈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 설명을 들었다. 그러다가 대화 주제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개도국에 대한 일반적인 담화로 틀었다. 그 와중에 인도 및 중국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 가지는 (1) 인도에서는 많은 서비스가 컴퓨터와 인터넷 플랫폼이 아니라 모바일과 휴대폰 플랫폼으로 기획되어 제공된다는 것. 그 이유는 컴터 보급률은 아마 2%나 되려나 그럴텐데 휴대폰은 거의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건 예전에 학교에서 ICTD 관련된 talk에서도 잠깐 들었던 것인데, 이제 막 통신망 인프라를 설치하는 나라에서는 굳이 값비싼 유선망을 까는 것이 아니라 선을 깔 필요가 없는 무선망으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2) 내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 중 하나는 ‘왜 인도는 중국에 비해서 주목을 덜 받을까?’ 였다. 아니 나름 인구도 십억 넘고 둘 다 땅도 넓고 사람들도 똑똑한데, 뭔가 중국은 진짜 세상 뒤집을 놈 같은 느낌이 드는 반면에 인도는 콜센터 삘 작렬인가 이게 좀 궁금했다. (뭐 물론 중국도 세계의 하청공장삘이 강하긴 하다만) 앨런과 대화를 하면서 몇 가지 실마리가 될만한 생각씨앗들을 얻었다. 한 가지는 군사력. 다른 하나는 산업 구조의 변화 순서였다. 중국은 농업 => 제조업 => 서비스업 순으로 나가는데 비해서 인도는 제조업 단계를 안 거치고 농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동네 건물들이 왜 이렇게 후진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공장하고 기계가 별로 없나보다.

(3) 나머지 한 가지 이야기는 인도가 중국에 비해서 지방 정부가 존내 쎄다고 하는 것. 지방 정부가 개인 플레이 하면서 케세라세라 하고 있는 듯. 확실히 개도국에서는 누가 중심에서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급속히 성장(겉보기 성장)하기가 어려운 듯. 물론 그 급속도 성장에 따른 성장통을 겪어야 하겠지만 그건 차치하고. 여긴 말도 동네마다 다르고 여러모로 좋은 말로 다차원적 사회 나쁘게는 카오틱-_-한 듯.

사진은 좀 후지게 나왔다만 나름 평화로운 풍경이었음. 물론 차들 경적소리는 계속 여기저기서 작렬하고 있음. 영우 집 발코니와 풍경이 비슷함.

그러고 나서 나오는 길에 집을 좀 구경시켜주는데 둘러보니 집에 UPS가 있었다. 집이 뭔 공장이여. ㄷㄷ 개도국에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었다. 정전이 하루에 두세번은 된다고 한다. 이 소형 UPS도 처음에는 1시간 정도 견디다가 요새는 한 20분 정도 견딘다고 함.

밥을 다 먹고 나와서 앨런이 주변을 구경시켜줬다. 면도기가 필요했는데 “약국”에서 샀다. -_- 난 어디서 파는 줄을 몰라서 못 샀었는데 이런게 처음 적응하는데 제일 힘든 것 같다. 어디서 뭐를 파는지 카테고리가 내가 알고 있던 것이랑 좀 다르다 -_-;

그리고 이틀간 여기에 있으면서 인도인 말고 본 사람이 거의 없다. 정말 완벽히 이방인의 느낌이다. 방갈로르는 관광지도 아니라서 (관광할게 어디 있는데 나만 모르는건가) 외국인이 정말 안 보인다. 그러다보니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이 야린다 -_- 슈바 암튼 이 정도 희소성이면 나 같은 대두도 클럽 같은데서 먹힐지도 몰라! 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동네에 너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떠올림.

3시쯤 해서 다시 릭샤를 잡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비포장 도로에 차들이 미친 듯이 많이 다니면 이건 매연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먼지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자욱한 연기가 난다. 도로를 왜 포장하는지 몸으로 느꼈다.

흙먼지 아앍ㅋㅋ 살려주세염. 용각산이라도 구해봐야되나. 릭샤라서 차에 창문도 없ㅋ음ㅋ

휴. 방에도 돌아오니 목도 칼칼하고 그렇다고 동네에 뭐 시장 같은거나 볼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있었다. 영우가 처음에 이집트에 가서 어떤 느낌이었을지 알 것 같았다. 진짜 집에 가고 싶었다. ㅎㅎㅎ 이게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6주만 왔기에 망정이지 10주 왔으면 정말 각 안 나왔을듯 ㄷㄷ 엉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