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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대가

나이를 먹으면서 결혼과 육아 같은 가정 내에서의 책임도 늘었고, 직업적으로도 감당해야 할 책임과 할일이 점점 늘어간다. 그러면서 점점 뼈저리게 깨닫는 점은 내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10년, 15년 전처럼 밤을 새워가면서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얍삽이도 쓸 수가 없다. 하루 밤새면 그 뒤에 이틀을 날린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내가 시간을 쓰는 모든 일에 대해서 내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일을 해야되는데, 갑자기 삘 받아서 덴마를 정주행하는데 몇 시간을 썼다고 치자. 어렸을 때는 괜찮다. 그냥 밤 새면 된다. 이제는 그게 안 된다. 와이프랑 놀아주고 애 돌봐주는건 이제 고정 지출이다. 1주일 뒤, 2주일 뒤, 아니면 한달 뒤에 마감에 쫓기면서 허덕허덕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는 분명히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제는 정말 예외가 없다.

물론 이런 것을 의식하면서 살다보면 점점 나의 작업 효율이 높아지기는 한다. 결혼 전, 출산 전과 비교했을 때, 나의 작업 능률은 정말 많이 향상됐다. 그런데도 아직은 습관이 남아서 가끔은 딴짓을 좀 길게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대가를 치르고 싶지는 않아한다.

이제는 정말 대가를 치르지 않고 시간을 쓸 수 없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그 대가는 물론 내가 시간을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일 때도 있고 부정적일 때도 있다. 다만 확실한건 이제 내가 시간을 쓰지 않으면 이루지도 못하고, 내가 시간을 다른데 쓰면 그만큼 할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블로그에 지금 이 글을 쓰는데 쓴 시간에 대한 대가도 조만간 치러야 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