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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으로 몽블랑 펜 만들기

나는 어려서부터 필기구에 관심이 많았다. 왠지 빠딱빠딱한 새 노트를 사거나 새 연필, 새 지우개, 새 볼펜을 사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문구류 코너나 가게에 가면 혼자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잘 논다. 재작년 겨울에 졸업하고 포닥이긴 하지만 직장을 잡게되면서 펜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됐다. 몽블랑 펜이 유명하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비싸다는 것 역시 알고 있던 차에, 몽블랑 펜 리필과 싼 펜 케이스를 합체시킬 수 있다는 꿀팁을 얻고 만들어서 지금 잘 쓰고 있다. 아직 한국 인터넷에서는 별로 안 알려져 있는 것 같아서 소개해 볼까 한다.

준비물은 Pilot G2 펜과 몽블랑 수성펜 리필이다. Pilot G2가 케이스가 될거고 몽블랑 수성펜 리필심을 넣을거다. 몽블랑 수성펜은 영어로는 Montblanc Rollerball Refill로 검색하면 된다. 아래에 예시로 아마존에 올라와 있는 제품들 링크를 걸어봤다.

일단 몽블랑 수성펜 리필은 이렇게 생겼다.

참고로 ballpoint pen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볼펜이니까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위에 박스를 보니까 리필이 최소한 두군데서 생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검은펜심은 일본에서 생산되었고, 빨간펜심은 독일에서 생산됐다. 나중에 써보니까 독일 펜심이 좀 더 오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펜 굵기는 검은펜은 F (fine; 가늚), 빨간펜은 M (medium; 중간)으로 샀다.

그 다음에는 평범한 Pilot G2를 준비하자. 하나에 천원 정도하는 G2다. 참고로 G2 자체도 엄청 잘 써지더라. 여기에 몽블랑 리필을 껴야 되는데, 이게 그냥은 안 들어간다. 몽블랑 리필이 아주 조금 더 길다. 그것만 제외하면 두 개의 심이 모양이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면, 몽블랑 리필의 끝부분 플라스틱을 커터칼로 조금 잘라줘야 딱 맞는다. 아래 그림을 보자. 오른쪽 끝에 빨간 플라스틱 끝 부분을 주목하자.

그리고 이제 그냥 G2 케이스에 꽂아 넣으면 끝!

G2 케이스가 투명해서 좀 남사스러울 수도 있는데, 나는 엄청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다. 같이 일하는 형이 이거 보더니, 이렇게까지 하면서 몽블랑 펜을 써야겠냐고 하던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써보니 몽블랑 펜을 체험은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ㅎㅎ 그리고 직접 써보니까 좋은 펜이 잘 써지기는 하는구나 싶었다.  투명한 케이스가 좀 부담스러우면 Pilot G2 모델들 중에 케이스가 불투명한 모델들도 있다. 이게 생각보다 무게감도 적당해서 글쓰기가 아주 즐겁다.

한가지 단점은 원래 수성펜은 그냥 열어두면 마르기 때문에 뚜껑을 덮는 형태로 펜이 설계된다. 그런데 G2는 그냥 열려 있는 펜이라서 자주 안 써주면 결국에는 심이 마른다고 한다. 나는 검은색 Fine 리필은 한달-한달반 정도 쓰다가 말랐는데, Medium 리필은 지금 4달째 잘 쓰고 있다.

참고로 동영상을 원하는 분은 아래 동영상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