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선배

1.

나보다 약간 나이가 더 많은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을 보면 가끔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사람과 나의 나이 차이가 n살이라고 하면,

‘n년 후에 내가 과연 저 사람만큼 “멋있어”질 수 있을까?’ — (가)

그래. “멋있다”가 딱 맞는 말이었다. 꼭 특정한 기질이나 성취를 따라가고 싶다기 보다는, 설명하기 힘든 “멋짐” — 내가 지금 그 사람한테 느끼는 그런 아우라를 내가 그 나이가 되어서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아주 많았던건 아니고 고등학교 때 화학 공부를 하면서 봤던 성환이형(2살 차이)이나 스누라이프 할 때 봤던 호견이형(6살 차이) 같은 사람들.

당시에는 그 사람들을 나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조금 더 늦게 출발한 열차지만, 2년의 시간 또는 6년의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들이 지금 지나는 기차역을 나도 지나면서, 지금 내가 바라봤던 그런 “멋있음”을 전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는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 2년 후와 6년 후는 어김없이 현실이 되었고 또 과거가 되었다. 막상 그 때가 되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타고 있는 열차는 그 사람들과 다른 철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서 언제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사실 이런 사람들한테는 웬지 막 연락하기가 어렵다 -_-; ) 어렴풋이 들리는 소식에 그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멋있는 사람들로 살고 있지만, 2년 전, 6년 전 내가 보았던 아우라는 왠지 희미해져서 흔적만 남았다. 내가 동경했던 그 “멋짐” 중에 거의 어떤 것도 내 안에 일구어내지 못했다. ‘어떻게 저런 것까지 다 관심을 가지고 다 알고 있을까’ 할 정도의 박식함, 다독, 다상량, 글 쓰는 솜씨,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적 매력, 깊은 곳부터 우러나오는 자신감. 정말 어느 하나도 못 이루었다. 나는 여전히 좀 ‘찌질’하다. -_-;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아차하는 순간에 내릴 역을 놓쳐버린 열차 승객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다른 곳으로 가는 열차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주 땅을 치면서 후회할만큼 아쉬운 것도 아니다. 그냥 나는 지금의 내가 되어버렸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추억을 쌓고 경험을 하면서 쌓인 시간들이었다. 전혀 나쁘진 않다. ‘뭐가 이렇게 휙 지나가버렸나’의 생각에 조금 멍할 뿐.

2.

(가) 질문은 사실 나보다 어린 사람을 보고도 그대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이다. ‘n년 전에 내가 과연 저 사람만큼 “멋있었”던가?’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이 질문은 진지하게 품어본 적이 별로 없다. 그 사람이 아무리 멋있든 어쨌든 간에 말이다.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고 그런건 아니고, 과거로 돌아가서 인생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어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