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바꾸기 힘든 표현 몇 개

영어로 얘기하다가 막히는 단어 중에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단어들이 많다. 중립적인 단어들은 차라리 의미 전달이 쉬운데, 단어 자체가 문화를 반영하고 있으면 문장 자체가 막혀버릴 때가 있다.

1. “형”, “동생”

한국에서는 “아는 형”, “아는 동생” 이렇게 얘기하면 될 걸, 여기서는 한동안 “아는 형이랑 같이 살기로 했어.” 이런 말 하려면 좀 버벅거렸다. 요새는 그냥 my friend로 통일. 여기 애들이 60살 먹은 할아버지 이름도 그냥 ‘안녕안녕’하면서 부르는 것을 나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_-

2. “인연”

이거 진짜 애매하다 -_-; 사전을 찾아보니 cause and occasion, karma, fatality, destiny, fate, ties, affinity, bond, relation, origin, history 이런 단어들이 나온다. 예문이 더 압권이다. “이것도 인연이다 = There is an act of providence.” 이건 예문 자체를 해석을 못하겠다 젠장. 아무튼, karma랑 ties가 그나마 뉘앙스가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은 드는데 그래도 좀 어렵다. karma는 불교 용어이기도 하고, ties는 우리말의 ‘넥타이’가 내 스스로 너무 연상이 돼서 쓰기 힘들다 쓰압.

3. “할 수 없지. 뭐.”

I cannot do it. 이라고 얘기해서는 뉘앙스가 전혀 전달이 안 된다. 뭔가 ‘우린 아마 안 될거야’ 개그 코드와 같이 체념하는 향기를 강하게 풍기는 “할 수 없지. 뭐.” 이걸 영어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ㅠㅠ 그래서 그냥 이 표현을 말할 타이밍에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긍정적이 되어가는 듯.. 응?

역시 언어는 생각을 담는 도구이고 언어와 사고의 밀접한 상호 관계를 다시 한 번 느낀다. 깊은 언어 없이 깊은 사고도 할 수 없다는 명제도 점점 동의하게 됨. 그리고 주로 사고를 언어로 빚어내는 것이지만, 언어가 사고의 폭을 규정한다는 것도 다시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