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4위를 바라보는 올드팬의 감회

1990년이었던가. 처음 LG 트윈스가 창단하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이 회원으로 가입했었다. 당시 국민학교 1학년이었는데 창단 첫 해에 LG는 우승을 했다. 그 때 나름 어린이 회원이라고 선수들 화보집이 집에 배달 와서 뒤적거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이용 선수 유니폼을 샀다가 입어보니 영 폼이 안 나길래 별로 입지는 않았지만, 1994년 두 번째 우승을 할 때까지 계속 LG 팬이었다. LG가 우승했을 때 여의도 쌍둥이 빌딩에 가서 우승 트로피 앞에서 사진도 찍었었다. 당시에 맹활약하던 유지현 – 김재현 – 서용빈 삼인방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나간 영광이라고 할까, 유지현 선수와 서용빈 선수는 이제 LG에서 주루/타격 코치를 하고 있고, 김재현 선수는 SK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94년 LG의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 - 출처: Rainyi Blog

그 뒤로 한 동안 야구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TV로 야구 중계를 봐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야구게임 슬러거의 영향인지 다시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그냥 응원하는게 아니라 나름 심리 싸움을 느끼면서 야구를 보게 되니 새롭게 좋아진듯 하다.

야구게임 슬러거 - 출처: Gamemoum

그런데 이게 웬일. “엘롯기”라고 불리며 LG는 꼴쥐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마무리 투수인 우규민 선수는 마무리로 올라와서 상대 타선에 불을 지른다고 해서인지  “불규민”이라고 조롱받고 있었다. “퐈이아~~~”, “우작가의 장작쌓기”, “우블론” 등 재치넘치는(?) 조롱들도 많아서 웃기도 했지만, 뒷맛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작년에 LG와 관련해서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마무리 투수라는 우규민 선수 밖에 없었다. 타선 쪽은 특별한 기억도 없다. 발이 빠르다는 이대형 선수 정도.

우규민 선수 - 출처: Iren군의 잡담 일상사~

올해는 조금 나아지나해서 틈틈이 보고 있는데, 어제 드디어 2연승을 하면서 종합 성적 4위로 올라섰다. 처음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항상 하위권에서만 LG 이름을 보다가 중간 위에 팀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니까 기분이 묘하다. 올해는 끝까지 잘 해서 가을 야구 하는 것 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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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현재 LG 4위 랭크 - 출처: 네이버 스포츠

어린이 회원일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LG 트윈스 홈페이지 같은 것은 상상도 못 했는데, 어제 처음으로 트윈스 홈페이지에 가봤다. 지난 몇 년간은 LG 팬이라고 어디가서 말하기도 그랬는데, 오래된 팬으로서 감회가 새로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12경기 시즌권도 한 번 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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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게임권 - 출처: LG 트윈스 홈페이지

트윈스에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제발 번트 좀 그만 대고 “신바람 야구” 좀 보여주면 좋겠다. 져도 좀 시원한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침묵하던 LG팬의 한 사람으로서 “V3″라는 구호를 들은지도 10년이 넘었다. 이제 V4로 좀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