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 사막 횡단과 라스베가스 – 캘리포니아 대장정 4/7

오늘의 여행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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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파사디나 친구집
B: 모하비 사막 켈소 안내소
C: 프림
D: 라스베가스

1. 황량한 길로 들어서며

친구 집 앞에는 10시 이후에는 외부인 차량은 바로 딱지를 뗀다고 하여 아침에 일어나서 서둘러 출발했다. 바다와 가까운 길을 달릴 때와는 달리 이제는 내륙을 향해서 달리고 있다. 그에 따라 잔디 대신에 영화에서나 보던 말라비틀어진 나무덩굴이 굴러다니는 도로를 달리게 되었다. (그 나무덩굴을 차로 한 번 치고 지나갔었는데, 얼핏 보기에는 솜사탕 같았는데 직접 차로 치고 지나가 보니까 꽤 딱딱한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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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안 먹고 출발했기 때문에 또 고속도로 변에 있던 맥도날드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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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적지는 라스베가스다. 다만 가는 길에 모하비 사막이라는 곳이 지도에 있길래 지나가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모하비 사막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서 나름 친숙하긴 한 이름인데, 어디서 많이 들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길을 따라서 쭉 가다보니까 “Mojave Information Center (모하비 정보 센터)”라는 표지판이 보여서 급하게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그래서 그 동네를 한참 둘러 봐도 그런 건물은 안 보이는 것이었다. 나중에 마을에서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조그만 박물관이 하나 있었다 -_- 낚인 기분으로 들어갔지만,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셔서 오히려 마음이 좀 푸근해졌다. 모하비 사막 지도도 그 곳에서 받고, Kelso라는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안내소 위치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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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는 이것저것 물건이 잡다하게-_- 전시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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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사막에서 구한 방사능 (Radioactive) 돌들을 방 한켠에 모아놨었는데, 아래 사진에서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이 우라늄, 빨간색이 망간의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 화학 공부하면서 핵분열 같은 것은 글자로만 봤었는데, 이렇게 직접 radioactive 원석들을 보니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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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있을 때 마침 단체 손님들이 오는 시간과 겹쳐서 할아버지가 진행하는 “모하비 사막에 사는 동물들”이라는 프리젠테이션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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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이 어려서부터 말로만 듣던 로드러너였다. -_- (그 옛날에 디즈니 만화동산에서 나오던 ‘삐삐’ 거리면서 빠르게 달리던 그 로드러너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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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사막 박쥐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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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가 끝나고 할아버지께 나름 관심을 보였더니 “모하비 사막의 식물들” 이라는 숨겨진 프리젠테이션을 나에게만 따로 보여주셨다. (부탁드린 것도 아니고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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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그 이름 모를 도시를 떠나서 다시 모하비 사막을 향해서 달려갔다.

2. 모하비 사막 횡단

또 한 30분쯤 달리다 보니까 이제는 좀 제대로 된 마을과 “Mojave National Preserve”라는 공식 간판 같은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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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들어가면 주유소도 없을 것 같아서 사막 입구에 있는 마을에서 기름을 꽉 채우고 사막을 향해 출발했다. 아래는 공식 사막 입구에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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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와보는 사막이었는데, 처음엔 생각보다 감흥이 별로 없었다. 이 때까지 “사막”이라고 하면 모래언덕에 모래바람이 부는 그런 곳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식물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일까 -_- 그런데 한 10분쯤 달리다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길은 끝도 안 보이고 뒤로 보이던 입구쪽 도시도 시야에서 사라지고 ‘내가 지금 달리고 있긴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나마 주변 풍경이 모래밭이 아니라 조금 덜 지겨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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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0분쯤 진짜 빡세게 달리다 보니까 전봇대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뭔가 사람이 사는 신호겠거니 생각하면서 기운을 내면서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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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깜짝 놀란 것이 맞은편에서 트럭이 한 대 오는데 가까이 스쳐지나가면서 봤더니 UPS (택배) 트럭이었다. 아니, 사막 한 가운데로 택배 배달을 하다니 -_- 한 편으론 놀랍고 한 편으론 어이가 없어서 사진도 못 찍었다 -_-

그렇게 한 10분쯤 더 달리니까 저 멀리 집 같이 생긴 것 한 채가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나름 Information Center인데 건물 하나겠냐’ 라고 생각했지만, 도착해서 보니 정말 달랑 건물 하나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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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혹은 아직도 화물용 열차가 다니는) 기차역으로 쓰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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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 봤더니 안내해 주시는 분이 나 하나를 위해서 비디오를 틀어주셨다. 나름 모하비 사막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잘 정리한 비디오였다. 모하비 사막이 중국의 고비 사막이나 아프리카 사막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습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생태계도 (나름!) 더 풍부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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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소를 나와서 남서쪽을 바라보니 멀리 모래언덕이 얼핏 보였다. 사실 가야할 길과는 반대이지만 사막까지와서 지구과학 시간에 말로만 들었던 “사구”를 못 보고 갈 수 있겠느냐! 라는 생각에 그 쪽으로 차를 몰았다. 한 5분 거리로 보였는데 15분은 넘게 달렸던 것 같다 -_- 진짜 평지가 너무 넓으니까 도시에 적응된 내의 뇌가 계속 속아 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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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본 모래언덕은 정말 거대했다. Kelso Dunes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여기에 산책하러 나온 노부부도 있었다. 후-_- 모래 언덕에 산책하러 오다니 여러모로 놀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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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를 짧게 보고 이제 본격적으로 라스베가스를 향해서 출발하기로 했다. 사막을 나가는 길은 들어오는 길보다 더 길었다. 하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안 나가면 전갈밥이 될까봐 열심히 차를 몰았다. 나오는 길에 약 200량쯤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화물 열차도 보고,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조슈아 나무 숲도 봤다. (세계에서 가장 큰게 뭔 의미인지 -_-)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사막과 주변 산의 풍경은 투박하고 거대했지만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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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바다의 입구, 프림

마침 과 친구가 이번 방학 때 베가스 근처의 프림이라는 도시에서 지낸다고 하길래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을 약속을 잡았다. 프림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의 바로 경계선에 있는 네바다 쪽 도시이다. 네바다로 들어서는 경게에 신기하게도 주황색 모래 사막이 마치 경계를 표시라도 하듯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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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림에는 호텔이 서너개 밖에 없어서 친구를 만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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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라스베가스에서 게임을 할 때 유용한 팁을 하나 알려주었다. 베가스에서는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음료수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최대한 느리게 하면서 마실 것을 최대한 빨리 마시라는 것이었다. 바(Bar)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무알콜 맥주로 배를 불리면서 포커를 좀 쳤다. 5불 내고 몇 번 땄다 잃었다 하니까 1시간 넘게 음료수를 마시면서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더 할 수도 있었는데 밥 먹을 시간이 되어 남은 크레딧을 대강 게임해서 모조리 버리고 옆에 있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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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말로만 듣던 것인데 정말 카지노 안에는 시계가 없었다. 확실히 어두운 공간 안에 계속 있다보니까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잘 느끼지 못 했다.

4. 신기루 같은 도시 라스베가스

친구와 작별하고 내가 예약한 라스베가스 호텔로 이동했다. 지도로 봤을 때는 프림과 라스베가스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는데, 막상 운전해 보니 약 30분은 달려야 했다. 달리다 보니까 갑자기 휘황찬란한 호텔 하나가 나오길래 멀리서 보면서 ‘저게 라스베가스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라스베가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컸다. 정말 사막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불빛이 하나도 없다가 갑자기 신기루처럼 도시가 확 떠오르는데 그게 라스베가스였다. 도시 사이즈는 프림의 100배는 되어 보였다. 사막 한 가운데 이런 도시를 만들려고 생각한 사람이 누굴까 궁금했다. (나중에 과 친구에게 들어보니 20세기 초에 마피아가 자금줄을 마련하려고 네바다 주 정부에 로비를 해서 지은 도시라고 한다.)

내가 잡은 호텔이 베가스 북쪽에 있어서 고속도로를 타고 도시를 쭉 가로질러갔다. 정말 밤이 없는 도시 같았다. (물론 밤이란 걸 모를 정도로 밝은 건 아니고 -_-) 내가 도착했을 때는 도시가 온통 공사판이어서 길을 찾기가 좀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꾸역꾸역 찾아갔다. Golden Gate Hotel & Casino라는 곳이었다. (여행 예약 사이트에서 가격 순으로 정렬해서 제일 싼데여서 잡은 곳) 샌프란시스코에서 온지라 뭔가 친숙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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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대강 풀고 카지노를 둘러보니 프림에서 봤던거랑 비슷해서 게임은 안 하고 사진만 좀 찍었다. (사진 찍었더니 딜러가 눈치를 주길래 손발 묶여서 사막에 묻힐까봐 그 뒤로는 카지노에서 카메라도 안 꺼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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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호텔이 Fremont Experience Road인가 바로 옆에 붙어있었는데, 그 길거리는 천장이 스크린으로 되어 있었다. 일본 나고야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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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얼굴 조각해주는 사람이나 이상한 예술작품 만드는 사람들이 장사를 하고 아주 번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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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라스베가스를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도시를 많이 못 본 것은 크게 아쉽지 않았다. 방에 올라가서 어제부터 빠져든 아내의 유혹을 조금 보다가 -_-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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