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87

꽃냄새가 섞인 맑은 공기를 들이마신다.
달빛을 받은 라일락이 싱그럽다.
고개를 조금만 들면 별이 반짝거린다.
해야할 숙제로 가방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볍다.
집에 오는 길이 즐겁다.
이런게 행복인가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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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내가 걷고있는 길 양 옆에 줄을 맞춰 서있는 플라타너스가 눈에 들어왔다.
밤에 보는 플라타너스는 무슨 기둥같다.
밤과 플라타너스의 형체는 잘 구분되지 않고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갑자기 그들의 키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새삼스럽게 고개를 들어 나무의 꼭대기를 본다
그들, 대부분 아파트 키만큼 자랐다.
내가 여섯살때 이곳에 처음 왔을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그들도 자.랐.다.
함께자라와서
자랐다는 걸 잊고있었나보다.

오늘 아빠가 집에오는 길에 치킨을 사오셨다.
퇴근하는 아빠의 손에 군것질 거리가 들려있었던 건
나의 잦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단, 한번뿐이었다.
나와
플라타너스가 얼마 자라지 않았을 무렵
나도모르게 그  새 “옛날”이라고 부르게 되어버린.

군것질거리를 앞에 놓고 손으로 느껴지는
나무들의 키가
나와 함께 자라온.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