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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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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이한테 들었던 책. 예전에 얼핏 읽었나 싶기도 했지만 서점에서 보이길래 덥석 사서 읽었다. 어떤 것은 평소에 생각하던 것도 있었고 참신한 것도 있었다. 생각을 넓히면서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듯.

p9. 실패에서 굴욕감이 생긴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에 우리의 가치를 납득시키지 못했고, 따라서 성공한 사람들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우리 자신을 부끄러워할 처지에 놓였다는 괴로운 인식에서 나온다.

p17. 불편은 모욕을 동반하지만 않으면 오랜 기간이라도 불평 없이 견딜 수 있다. … 만일 미래 사회가 조그만 플라스틱 원반을 모으는 대가로 사랑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으로 인해 열렬한 갈망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에 떨기도 할 것이다.

p21.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p29. 속물이란 하나의 가치 척도를 지나치게 떠벌이는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p33. 신문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속물은 독립적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 데다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한다. 따라서 언론의 분위기가 그들의 사고를 결정해버리는데, 그 수준은 위험할 정도다.

p35. “우리와 사귀고 싶어 죽을 지경인 사람들은 우리가 사귈 만한 사람들이 아니야. 우리가 사귈 만한 사람들은 오직 우리와 사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뿐이란다!”

p47. 수많은 과학기술 발명품이 일상생활을 바꾸었으며, 이에 따라 정신적 지평에도 변화가 왔다. 내년도 작년과 똑같을 것(똑같이 나쁠 것)이라고 예상하던 순환론적인 낡은 세계관이 사라지고, 인류는 매년 완벽한 상태를 향해 진보한다는 세계관이 자리를 잡았다.

p53. 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미국 사회의 장점을 소비에트에 가르쳐주려면 무슨 책을 주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시어스 백화점의 카탈로그를 가리켰다.

p56. 실제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p59.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 “질투심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커다란 불균형이 아니라 오히려 근접 상태다.”

p67. “… 불평등이 사회의 일반 법칙일 때는 아무리 불평등한 측면이라도 사람들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대체로 평등해지면 약간의 차이라도 눈에 띄고 만다. … 그래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민주사회의 구성원이 종종 묘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평온하고 느긋한 환경에서도 삶에 대한 혐오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p68. 민주주의는 기대를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철거해버렸다. … 초라한 배경에서 태어났지만 큰 부를 일군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예외가 규칙이 될 수는 없었다.

p72. 어떤 영역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마음이 묘하게 편해진다. … 기대의 좌절에 따르는 위험은 내세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더 심각해졌다. … 이제 지상의 성취는 다른 세계에서 실현해야 하는 일의 서곡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의 총합이 된다.

p80.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p81. 발전한 사회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전보다 높아진 소득을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를 더 부유하게 해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 때 우리는 더 궁핍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무제한의 기대를 갖게 하여 우리가 원하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 우리의 현재의 모습과 달라졌을 수도 있는 모습 사이에 늘 간격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p113.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 하는 문제는 새로운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해야 하는(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더 모질고 괴로운 문제가 되었다.

p124.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다. 생계를 유지하고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적어도 다섯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뜻대로 따라주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위계 내에서 자신이 바라는 자리를 얻거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다섯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한다. — 변덕스러운 재능, 운, 고용주, 고용주의 이익, 세계 경제

p124. 재능은 한 동안 우리 손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그간의 성공마저 물거품으로 만들곤 한다.

p126. 승리를 ‘행운’ 덕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겸손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 맥락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패배를 불운 탓으로 돌리는 것이 궁색해 보인다는 점이다. 승자는 운을 만든다. 이것이 현대의 주문(呪文)이다.

p130. “우리는 언젠가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적과 함께 살아야 하고, 언제 원수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친구와 함께 살아야 한다.” _ 라브뤼예르

p137. 인간은 웃어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없으면 좀처럼 웃어주지 않는 법이다.

p156. 이 철학자들은 남들이 우리를 보는 눈으로 우리 자신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모욕은 근거가 있든 없든 우리에게 수치를 준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철학은 외부의 의견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다. 상자를 하나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 이 상자를 ‘이성’이라고 불렀다.

p161. (-) / 철학적 이상 / (+)

  • 겁 / 용기 / 무모함
  • 인색함 / 관대함 / 낭비
  • 줏대없음 / 온화함 / 격분
  • 촌스러움 / 재치 / 익살
  • 무뚝뚝함 / 친근함 / 아부
  • 지위에 대한 무감각 / 의욕 / 지위로 인한 히스테리

p166. 쇼펜하우어는 이런 식으로 묻는다. “만일 청중이 한두 사람만 빼고 모두 귀머거리라면 그들의 우렁찬 박수 갈채를 받는다 해서 연주자가 기분이 좋을까?” 이렇게 인간성을 통찰력 있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불리한 점은 이런 관점을 따를 경우 친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p174. 그러나 아널드의 말에 따르면 위대한 예술은 구름 잡는 이야기이기는커녕, 삶의 가장 깊은 긴장과 불안에 해법을 제공하는 매체다. … 아널드는 이런 태도의 핵심을 이루는 선언으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한다 — 예술은 “삶의 비평”이다.

p202. 나의 실패를 다른 사람들이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며 가혹하게 해석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일에서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 ‘패배자’라는 말은 졌다는 의미와 더불어 졌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권리도 상실했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냉혹한 말이다.

p206. 다른 사람들의 실패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공감은 우리 역시 어떤 상황에서는 그들과 같은 재앙에 말려들 수 있다는 느낌에서 유래한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이다.

p232. 마음이 상냥한 만화가들은 지위로 인한 우리의 근심을 보고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놀린다. 그들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우리를 비판한다. 그들의 교묘한 솜씨 덕분에 우리는 마음을 열고 웃음을 떠뜨리며 우리 자신에 대한 씁쓸한 진실을 받아들인다.

p263. 상업사회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 늘 한 가지 반론을 제기했다. 아무도 인디언에게 사치품과 문명의 이기들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 인디언은 자발적으로 소박하고 건전한 생활을 떠났다. 이것을 보면 그들의 과거 생활이 사람들이 떠들어대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즐겁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p268.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p269. 선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을 선망하느라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p277. 사회의 목소리 큰 사람들이 선험적 진리로 여기는 견해들이 사실은 상대적인 것이고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비로소 정치적 의식이 깨어난다. … 그런 믿음들은 이데올로기다. 이데올로기적 진술이란 중립적으로 말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어떤 편파적인 노선을 밀어붙이는 진술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 이데올로기적 진술의 핵심은 높은 수준의 정치적 감각이 없으면 그 편파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p279. “어릴 때 우리 모두 가졌던 환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가 날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환상을 머리에서 씻어내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 실제로 아무도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던 변화가 몇 세대 만에 일어나곤 한다.”

p281. 관념이나 제도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때 고통의 책임을 아무에게도 묻지 못하거나 고통을 겪은 당사자에게 묻게 된다.

p320. 광대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회적 위계 내에서 우리가 하찮다는 느낌은 모든 인간이 우주 안에서 하찮다는 느낌 안에 포섭되면서 마음에 위로를 얻게 된다. 우리 자신이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은 우리 자신을 더 중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p331. 공동체가 부패할수록, 개인적 성취의 유혹도 강해진다.

p363. 소로는 한 사람에게 돈이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재규정하려고 했다. …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영혼에 필요한 것을 사는 데 돈은 필요하지 않다.”

p364. 보헤미안들은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을 고르는 데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p366. 보헤미안들은 또 실패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재규정했다. … 오해를 받고 거부를 당하며 살지만 그럼에도 인사이더보다 우월한 아웃사이더라는 신화는 보헤미아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 다수의 삶을 반영하거나 그 삶을 규정한다.

p382. 가장 넓은, 가장 포괄적인 말로 보헤미아의 기여를 요약하자면 그들이 대안적인 삶의 방식 추구에 정통성을 부여했다고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