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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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이형 추천.

5. 견해와 주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틀린 사람’으로 단정해 버리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있다. 그들은 대게 자신이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8. 미래는 재미있게 놀 궁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젊은이들보다는 재미있게 살 궁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젊은이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무대다.

14. 연가시라는 생물이 있다. 곤충 뇌에 기생하다가 성충이 되면 물로 뛰어들게 함. 혹시 인간 의식 속에도 이성을 마비시키는 허욕의 연가시가 기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6. 소나무는 멀리서 바라보면 의연하나 가까이서 보면 인색하다. … 그래서 대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있어도 소나무는 끼일 수 없음.

19.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짐. 내 잘못이냐 돌 잘못이냐.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 잘못도 아님. 그러나 계속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면 잘못은 너한테 있음

23. 마음 안의 거울과 마음 밖의 거울 중 어느 거울을 더 많이 들여다보며 살아가는가?

34. 그대 신문이 낮음을 한탄치 말라. 이 세상 모든 실개천들이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지 않았다면 어찌 저토록 넓고 깊은 바다가 되어 만생명을 품안에 거둘 수가 있으랴.

40. 태양으로는 결코 담배불을 붙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태양의 결점은 아니다.

43.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를 쓰고 여자도 아닌게 그런 책을 어떻게 쓰냐 사이비 아냐라고 비판을 받자,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 썼냐?”

47. 요즘은 인생역전이라는 말을 늙은이보다 젊은이들이 더 많이 남발한다.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을 어떻게 역전시킨단 말인가.

53.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으니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그리고 이 행복은 바로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고 자고 싶을 때 자지 못했던 젊음에서 유래된 것이다.

58.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더 나쁜 놈일까요, 늑대의 탈을 쓴 양이 더 나쁜 놈일까요.

62.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64. 애인 있는 여자를 넘보는 남자: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냐”라고 합리화하지만, 관객한테 골 넣을 자격 부여하는 경기는 없음.

70. 모방에서 출발하는 것은 기술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에서 출발한다.

76. 내 작가 약력에는 시골 초등학교 분교에서 고용인 노릇을 했던 경력이 있음. 열등한 내 젊은 날의 중심부, 절망 속에 당도한 막다른 골목, 지나간 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흉터처럼 선명한 기억으로 떠올라 가슴을 아리게…

81. 이기적인 성정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비극과 위험까지를 공동으로 내포하고 있음

84. 만약 자녀로부터 열등한 점을 지적당하면 의연하게 대답해주는 성품이 필요

93. 모른다는 사실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모르는 걸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것.

107. 산꼭대기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겠다고 허세를 부리는 속물군자여. 자신의 마음조차 낚아본 적이 없는 처지에 세월은 도대체 무슨 수로 낚겠단 말인가.

126. 왜 사람들은 행복을 잡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한사코 행복의 반대편으로만 손을 내미는 것일까요.

128. 악플 끝에 살인나고 친플 끝에 정분난다.

129. 오석같이 경도가 높은 낱말이 있는가 하면 찰떡같이 점성이 높은 낱말도 있다. 저 혼자 반짝거리는 낱말이 있고 저 혼자 바스러지는 낱말도 있다. 언어의 맛을 볼 줄 모르면 언어의 맛을 낼 줄도 모른다. 건성으로 읽지 말고 음미해서 읽으라. 분석 따윈 집어치우고 감상에 열중하라.

148.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멀고도 험난하니, 배낭 속을 한번 들여다보라. 젊어서부터 잡다한 욕망들을 모조리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소망을 담은 큰 그릇 하나만을 간직하지 않으면 한 고개도 못 넘고 주저앉으리.

150. 한 가지 일에 평생을 건 사람에게는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이 무의미하다. 그에게는 오늘이나 내일이 따로 없고 다만 ‘언제나’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159. 물질에 천착하는 인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알고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지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 한 가지만 알아도 성품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진다.

166. 자기보다 더 아픈 자의 고통을 헤아려본 적이 없는 자의 하소연은 대부분 엄살이거나 허영일 가능성이 높다.

198. 한 우물 파다가 끝까지 물 안 나오면 인생 막장 되는 거 아냐라고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사람들이 있음. 대개 남에게 물을 얻어먹고 살거나 한평생 갈증에 허덕이면서 세상 탓이나 하고 살아간다.

212. 운이 꼬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하는 일마다 실패를 초래한다. 하지만 헤어나는 방법이 있다. 일부러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무조건 베풀어라. 그러면 거짓말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게 된다.

219. 살아남는 비결 따위는 없어. 초지일관 한 가지 일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이면서 조낸 버티는 거야. 그러니까 버틴다는 말과 초월한다는 말은 이음동의어야.

230. 젊은이여. 바람 불 때마다 꽃잎 아름답게 흩날리는 나무를 부러워하지 말라. 꽃잎 다 져버린 나무는 가을이 되면 다시 열매 익는 나무를 부러워하게 되리니, 바람이 불 때마다 함부로 흔들리는 수양버들에 무슨 열매가 열리던가.

246. 하필이면 비 오는 날 태어난 하루살이에게, 굳이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려는 넘들이 있다.

256. 그대 주변에 “안심하세요, 제가 있으니까요”라고 말해 주면 그대를 믿고 안심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요. 가족조차도 그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대의 인생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257. 인간은 ‘알았다’에 의해서 어리석어지고 ‘느꼈다’에 의해서 성숙해지며 ‘깨우쳤다’에 의해서 자비로워진다.

4 thoughts on “이외수 – “하악하악””

  1. 요새 읽는 건 아니고 졸업을 겸해서 읽는 것들 좀 정리해 두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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