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환과 악순환 – 삶의 법칙

오늘 아침에 울었네 어쨌네 하지만 사실 요새 컨디션은 꽤 괜찮은 편이다. 메일함의 Inbox에도 메일이 10개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나에게는 Inbox에 남아있는 메일 수가 현재 컨디션의 리트머스지다. 나는 처리 안 된 일만 Inbox에 남겨놓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10개 이하. 새 메일은 없음. 메일이 들어오는 족족 답장, 포워딩 처리하고 바로 archive 해버린다. 한 30개 정도까지도 괜찮은 상태다. 50개쯤 넘어가면 슬슬 경고 신호. 100개 근처 가면 적신호. 그 이상이면 GG 상태. 정신이 떡실신 상태.

그런 의미에서는 요새 일하는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 셈이다. 일하는 리듬이라는 것도 한 번 선순환 궤도에 올라서면 그 자체로 어느 정도 기간 지속된다. 일이 쌓여있지 않고, 최소한 압도적인 상태는 아님 -> 주어진 일의 작은 단위들을 처리하면서 일의 단계단계에서 작은 성공들을 경험함 -> 재미있음 -> 더 열심히 함 -> 일이 빨리빨리 처리되니 일이 쌓이질 않음.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있을 때는 별 지랄을 다해도 악순환의 관성을 꺾기가 쉽지 않다. 일 존나 쌓여있음 ->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음 -> 일의 덩어리가 졸라 커서 뜬구름 잡는 헛소리 수준의 아웃풋 밖에 못 냄 -> 실패 경험 축적 -> 짜증남 -> 일하기 싫음 -> 일 더 쌓임.

사실 선순환과 악순환은 같은 메커니즘의 두 가지 다른 발현값이다. 그 메커니즘은 자기강화(?) 아니면 양의 되먹임 (positive feedback)이다. 디지털 회로에서 입력의 작은 차이가 출력을 +limit으로 밀어붙이느냐 -limit으로 밀어붙이느냐를 결정한다. 초기값의 차이는 미미하지만 결과는 확연히 정반대다. 일하는 리듬 뿐만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에 그런 positive feedback loop들이 있다. 인터넷 때문에 positive feedback loop의 영향력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이게 내가 느끼는 차가운 삶의 법칙이다. 잘 되는 놈은 지금 잘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잘 된다. 안 되는 놈은 지금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악순환의 고리를 선순환의 고리로 탈바꿈시키는가이다. 나도 이건 아직 체화된 지식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우선 악순환 고리를 하나 잡으면 그 고리 중에서 자기가 바꿀 수 있는 한 점을 잡아서 바꿔야 된다. 고리 전체를 한 순간에 다 바꿀 필요는 없다. 어차피 하나만 선순환 요소로 성공적으로 바뀌면 그 뒤의 요소들은 알아서 선순환의 요소로 바뀌게 된다. 선순환과 악순환은 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니까. 물론 원래 돌던 관성이 있기 때문에 그 한 점을 바꾸는 것이 쉽지가 않을 것이다. 자꾸 원래의 악순환의 한 요소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그걸 운이 좋아서든 의지가 강해서든 어떻게든 막아내야한다. 그러면 그 뒤는 알아서 따라오게 되어있다.선순환의 루프로 바뀌기 전까지는 그런 노력들에 대한 결과는 0이다. 그래서 더 힘든 것 같다 중간 결과물이 없으니까. 디지털 회로에서 출력을 0에서 1로 바꾸려면 입력 쪽에서 출력이 0.5 넘어가는 정도까지는 바꿔줘야 한다. 그 중간의 출력은 계속 0이다. 그 절반 지점만 넘어가면 출력은 알아서 1로 바뀐다.

4 thoughts on “선순환과 악순환 – 삶의 법칙”

  1. ㅎㅎ 맞어. 사실 내 주변에서 inbox를 all mail 대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임. 나처럼 archive하는 사람들은 별로 못 본 것 같애. 어떤 분은 inbox 대신에 starred mail이 current task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댓글 보고 all mail 눌러봤더니 메일이 총 16199개네. gmail 쓴지 벌써 6년째가 다 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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